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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바디스, 좀비의 탈을 쓴 흔한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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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물의 원형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모양새로 나선 영화 <웜바디스>. 그냥 저런 좀비물이 아닌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며 메시지를 던지는 꽃거지 아니, 꽃좀비가 한 소녀와 사랑에 빠져 스크린을 또 다시 어슬렁댄다. 기존의 '좀비=호러'라는 전형적인 공식에서 탈피해 살아 있는 시체 좀비가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발칙한 상상의 로맨스물로 장르적 변용을 꾀한다. B무비의 전형적인 좀비물은 그간에 슬래셔무비로 천착돼 인간을 무던히도 살육하고 잡아먹으며 공포감을 안겨온 게 사실. 그래서 취향을 타는 영화로 인식돼, 많은 홀대 속에서도 다소 매니아틱한 감성을(?) 일으키며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약해 왔다. 좀비물의 대부 '조지 로메로'가 쌓아놓은 그 좀비탑은 그렇게 대중적이진 않았지만, 아직도 진행중인 호러 장르의 대표적 산유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 <웜바디스>는 이런 전형적인 공식을 뒤집는다. 좀비가 마냥 공포스럽지 않고, 초반만 빼면 인간을 대책없이 마구 잡아먹지도 않으며, 종국엔 사색하는 좀비로 변신해 또 다른 좀비 무리를 인간과 함께 무찌르고, 그 속에서 꽃좀비와 인간처자는 사랑을 싹틔운다.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 영원불멸의 고전로맨스 <로미오와 줄리엣>을 좀비물로 오마주했다면 이렇게 나오는 것일까. 발칙하다 못해 발랄하다. 그렇다고 신선함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좀비로 변신한 R의 분장을 한꺼풀 벗겨내면 그냥 훈남훈녀의 흔한 로맨스일 뿐, 좀비는 그냥 '장치'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간만이다. 좀비영화를 큰 스크린으로 본 게 얼마만인지.. ;;



심장박동 제로! 차가운 도시 좀비 ‘R’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름도, 나이도, 자신이 누구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좀비 ‘R’(니콜라스 홀트). 폐허가 된 공항에서 다른 좀비들과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던 ‘R’은 우연히 아름다운 소녀 ‘줄리’(테레사 팔머)를 만난다. 이때부터 차갑게 식어있던 ‘R’의 심장이 다시 뛰고, 그의 삶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는데... ‘줄리’를 헤치려는 좀비들 사이에서 그녀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R’. 그리고 좀비를 죽이려는 인간들로부터 ‘R’을 지켜주려는 ‘줄리’.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둘의 사랑은 전쟁터가 되어버린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좀비 ‘R’과 ‘줄리’의 유쾌하고 치열한 로맨스가 시작된다!


폐허가 된 공항에서 어슬렁대는 꽃좀비 R이 주저리 주러리 뭐라 떠드는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놈 볼쎄!)그것도 인간의 목소리로. 그렇다면 이 놈은 무언가 특별한 좀비인가를 보여주는 설정이자 마지막 반전의 암시인가? 좀비 무리들 속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꽃좀비 R은 오늘도 잘 아는 형님 좀비와 먹이감을 사냥하러 나갔다가, 그 속에서 인간처자 '줄리'를 만난다. 와우! 섹시하니 죽이는데.. 아니, 정말 이쁜 걸~ R은 다른 좀비들이 식사하느랴 정신을 없을 때 그녀를 구한다. 왜? 줄리 남친의 뇌를 거하게 잡아드시고 나선 그 친구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게 된 거. 한마디로 줄리의 새남친이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셈이다. 결국 줄리를 좀비 무리들을 피해 자신의 항공기 은신처로 데리고 와서는 며칠간 데이트 하며 잘 지내자고 제안하다. 어떻게, 그렁그렁대며..

하지만 줄리는 '이게 미쳤나' 모드다. 어서, 날 집으로 가게 둬.. 그렇게 둘은 그곳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지냈지만, R이 한눈을 판사이 줄리가 도망치다가 좀비들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녀를 구해주면서 급격히 애정모드로 급변. 그래도 줄리는 이건 아니다 싶어 좀비들과 전쟁선포를 한 지구방위대 대장 아빠 켵으로 가고 만다. 이에 급우울해진 R은 줄리를 찾아 삼만리. 그녀의 집 앞까지 와서 로미오처럼 사랑의 세레나데를 외친다. "창문을 열어다오. 줄리(엣).." 그렇게 둘은 다시 만나고, R은 그간에 자신이 사색하며 꿈도 꾸었다고 다른 좀비들도 그렇게 변모중이라며, 대신 무서운 해골좀비 군단이 잡으러 와서 위험하니 대책을 강구하자고 어버버댄다. 줄리는 바로 아버지에게 달려가 위험을 알리고 그들과 전면전을 치른다. 그리고 R과 줄리는 도망만 치다가 다 수습되고 나서, 둘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한다. "줄리, 나 빨간 피가 나오고 있어." 오호 통재라!!



사색하는 좀비로 변용을 꾀했으나 탈만 쓴 흔한 로맨스 '웜바디스'

물론 영화 <웜바디스>는 좀비물이다. 그런데 앞서서 언급했듯이, 인간과 좀비가 사투를 벌이는 살육전을 하드고어 식으로 그려낸 영화는 아니다. 그런 거라면 극장에 걸릴지도 사실 의문이고, 이 영화는 그런 장면들을 많이 담지 않고 스무스하게, 그런 걸 꺼려하는 관객들도 눈 안 가리고 볼 수 있게 만들어냈다. 초반에만 물어뜯어 먹는 게 좀 나올 뿐, 이후부터 꽃좀비 R과 줄리의 사랑 얘기다. 액션호러물이라 하기에도 민망하고, 그냥 둘이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게 극을 관통한다. R에게 있어 줄리는 먹이감이 아닌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변모하고, 줄리는 R의 보호를 받으면서 그의 친절함과 따스함에 호감을 느끼며, 상호보완적인 관계 지향성 로맨스의 전형성을 띄고 있는 것이다. R이 좀비의 탈을 썼을 뿐이지, 허여멀건한 분장과 몸의 상처만 지우면 그냥 '훈남' 그 자체다. 이런 사랑법의 전개가 영원불멸의 고전로맨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빌려온 것처럼 묘사돼, 대표적인 잣대로 평가된 '좀비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말도 틀린 건 아닐지다. 그 고전의 명장면에 대한 오마주 혹은 패러디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영화가 좀 톡특하다고 할 수 있는 건, 좀비 R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면서 좀비들의 특징과 행동에 대한 잔재미를 부여하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처음엔 그렁그렁만 하다가, 줄리를 만나면서 말문이 트이고 '사색하는' 좀비로 변모하는 R의 행동거지를 쫓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마디로 진화된 좀비라는 거. 헐리웃의 라이징스타 '니콜라스 홀트'가 <잭 더 자이언츠 킬러>에서 '잭'을 맡아 거인들과 액션어드벤처 고생담을 펼치더니, 이번엔 제대로 꽃좀비로 변신해 로맨틱한 좀비로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B급무비로 나왔다면, 그도 무리 속에 그저그런 좀비로 전락했을지 모르겠으나, <웜바디스>를 통해서 여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꽃좀비로 열연을 펼친 것이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에이전트에게 이건 내가 꼭 하고 싶다는 전언처럼 잘 어울렸다) 여기에 인간처자 줄리로 나온 '테레사 팔머' 또한 전작 SF 액션영화<아이 엠 넘버 포>에서 여전사 '넘버 식스'로 분전한 역할 때문인지, 마냥 여린 소녀가 아닌 당차면서도 어떻게든 살아 나갈려는 종국엔 남친 좀비R을 무리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나름의 존재감을 과시. 몸매도 탄탄하니 그녀마저 좀비로 변했으면 참 볼만했을지도.. ;;

그런데 영화는 짧은 런닝타임 때문인지 아쉬운 대목들이 몇 군데 보인다. (좀비물이 그렇긴 하지만서도) 이 영화의 포인트는 좀비들이 그냥 좀비가 아니란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과 살육전을 펼치는 놈들이 아니라 이른바 진화한다. 즉, 생각하며 변한다는 색다른 좀비 컨셉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좀비들이 어떻게 인간처럼 서서히 자각하며 변하게 됐는지, 해골좀비 군단 '보니'는 어떻게 그 모양이 돼서 다 말아먹겠다는 심정으로 들이쳤는지, 그런 좀비들의 환경과 상황에 대한 인식 묘사가 어설프거나 배제돼 있다. 또한 '착한좀비 대 나쁜좀비'라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구도로 인간과 맞붙게 하면서도 액션은 왜이리 궁색했는지 등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도 기존에 지겹게 봐온 좀비물에서 탈피해 이런 색다른 시도로 좀비를 사색케 만들면서 쿨한 유머를 선사하고, 간간히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온 팝의 선율 때문이라도 리드미컬한 기운을 자아냈다. 결국엔 꽃좀비 R이 인간처자 줄리와 펼쳐낸 로맨스는 흔한 이야기로 전개됐지만, 그나마 좀비의 탈을 썼으니까 망정이지, 그거라도 없었으면 맹탕의 로맨스로 그칠 뻔. 대중의 기호에 맞게 좀비의 로맨틱한 변신은 그래서 무죄일지도. 다음엔 '웜바디스2'로 처자가 좀비로 나오면 어떨까. 그것도 섹시한 걸로.. 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92047&mid=19858#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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