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문학적인 냄새가 짙어 보이는 제목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이번 주에 새롭게 론칭된 SBS 수목드라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조인성과 송혜교 조합만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몰더니, 첫방때부터 연속 2회 방영이라는 강수까지 두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물론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남자라면 송혜교를, 여자라면 조인성 위주로 두 비주얼적 배우에게 쏠리게 마련. 위처럼 메인 포스터 또한 상당한 퀼리티의 멜로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고품격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오수와 오영, 연인스러운 두 오누이를 내세우지만, 둘은 피도 안섞인 남남이다. 총 16부작으로 심플하게 기획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유년시절 부모로부터 버려지고 첫사랑에 실패한 후 의미 없는 삶을 사는 남자 오수(조인성)와 부모의 이혼과 오빠와의 결별, 갑자기 찾아온 시각 장애로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사는 여자 오영(송혜교)이 만나 차갑고 외로웠던 그들의 삶에서 희망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 한마디로 둘과 둘만을 위한 드라마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어제(14일)까지 방영된 것만 보더라도, 조인성과 송혜교의 투톱이 제대로 중심에 서며 주목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둘의 모습만 지켜보는 것만 배가 부를 정도?! 실은 여기서 드라마적으로 내용 얘기를 할려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특히 1회에서 나온 조인성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마치 7년전 2006년작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병두를 보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그 영화를 직관이 아닌 케이블 재방을 통해서 몇번 띠엄띠엄 보게 됐지만, 그 속에서 조인성이 보여준 병두는 그만의 조폭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 '그 겨울' 1회가 그러했다. 한량끼와 간지 작살의 시크한 도시남으로 분전하며 초반부터 우월한 비주얼을 과시. 그러다가 사귀던 꽃뱀 애인에게 속아서 옥살이 하고 사채빚까지 덤탱이 쓰면서 조폭 김태우에게 칼침 맞고 쓰러질 때 표정은 딱 병두 그 자체. (나만 그렇게 봤나?) 이후론 그 70여억원을 갚기 위해서 동명이인 '오수'로 변모해 그 재벌집으로 들어가 오영과 부딪히게 되는데 한마디로 그 흔한 신분위장이다.
이 대목에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던 송혜교의 시각 장애인 연기도 세심하게 볼만하다는 점이다. 웬만해선 하기 힘든, 어설프게 했다간 뭇매맞기 쉬운 연기지만, 우선은 나름 합격점. 이런 송혜교의 분전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면, 무엇보다 조인성 그 특유의 시크함이 제대로 묻어난 연기가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간간히 선보이는 액션과 실감나는 오열연기는 물론, 감성이 묻어나는 눈빛 연기는 무언가 이 남자의 처절함을 제대로 묘사하며 주목을 끌었다. 노희경 작가 특유의 낯간지러운 대사톤만 뺀다면.. 나름 수려한 영상미와 적절한 BGM 속에 조인성의 우월한 비주얼과 시크하고 강렬한 카리스마가 담긴 모습은 많은 여심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할 정도. 같은 남자가 봐도 역시 기럭지와 눈빛은 나름 최고..
유하 감독 작품 2006년 <비열한 거리> 속 젊은 병두가 그러했다. 거기선 강하고 때론 예의없는 조폭 연기를 선보이며 극화된 느낌이 들긴 했어도, 짧은 헤어스타일과 심플한 슈트빨 간지는 7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군대를 다녀오고선 차기작에 고심이 많은 흔적으로 이젠 다소 연륜이 묻어나는 모습까지 위처럼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 겨울의 오수와 비열한 거리의 병두, 분명 차이는 있지만 느낌이나 모습은 흡사할 정도. 물론 이것이 배우에겐 캐릭터 색깔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로 다가올 수도 있겠으나, 조인성 특유의 색깔이자 포지션이라고 본다면 장기일지도. 남자치곤 발성이 다소 묵직하지 않은 게 흠이긴 해도, 워낙 우월한 비주얼로 포팅된 모습과 연기 때문이라도 매니아틱하게 인기를 끌지도 모르겠다. 여심들이 뭉쳐 닥본하면 기본은 하지 않겠는가. 오영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남자 오수. 시각 장애를 앓고 있는 그녀의 감성에 서서히 동화되며, 결국 이 남자는 모든 것을 올인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비극이 될 공산이 크다. 제목부터 느낌이 그런 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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