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만에 그가 돌아왔다. 스크린 속을 종횡무진 제 스타일대로 주무르며 활약하는 '존 맥클레인' 형사가 잊을만할 시점에 찾아왔으니 바로 '다이하드'다. 1988년 시작된 이 한편의 액션영화가 나름 장수할지 어느 누가 알았을까. 올해로 다이하드 탄생 25주년 기념비작이라는 찬사 이전에 아날로그적 액션의 향수와 진수를 마구 풍기는 데 익숙한 '다이하드' 시리즈. 이번엔 좀더 "화력은 거세지고 액션의 급이 달라져 매력은 배가된다!"며 기세좋게 나선 브루스 윌리스 옆에 어느 젊은 놈을 달고 나타나선 주목을 끈다. 시리즈상 5번째 이야기로 부제는 '굿 데이 투 다이'다. 한마디로 죽기에 아까운 좋은 날?! 순간 제목 때문에 007시리즈에서 '네버 다이'가 떠오르긴 해도, 어쨌든 이번에도 죽지 않고 또 나타난 브루스 윌리스라서 반가울 지경. 이젠 완연한 50대 후반임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역시나 특유의 투덜거림과 여유만만한 허세로 활약한다. 어디서 갑툭튀(?)한 아들내미와 함께, 그렇게 절대 죽지않는 불사조같은 '존 맥클레인' 형사는 영화 팬들 켵에 또 찾아 온 것이다. 그것도 아주 세게...
뉴욕만으로는 너무 좁지! 맥클레인X맥클레인의 국제 테러 진압이 시작됐다!
미국 전체를 누비며 우연찮게 테러를 진압해온 뉴욕 경찰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하나뿐인 아들 잭(제이 코트니)이 러시아에서 사건에 휘말렸다는 소식을 듣고 난생 처음 해외로 날아간다. 하지만 잭을 만나러 가던 중, 눈 앞에서 대형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극한 상황 속에 재회한 맥클레인 부자. 게다가 아들 잭은 모스크바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CIA 요원임을 알게 된다. 놀라움도 잠시, 도심 곳곳에서는 다시금 무장 테러단의 공격이 이어지고, 고집스럽고 물불 안 가리는 아들로 인해 이번에도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된 존 맥클레인은 마침내 잭과 힘을 합쳐 역대 최악의 테러리스트에 맞서게 되는데…
이번엔 미국이 아닌 러시아 모스크바가 영화적 배경이란 점에서 5편은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뭐, 외국이 별반 차이가 있겠냐 싶지만, 낯설지 않은(?) 모스크바란 점에서 이야기적으로 단초와 단선을 제공한다. 여기서 존의 아들 잭이 CIA요원으로 활약하면서 정치범 음모 사건에 휘말려 수감되고 만다. -(근데 잭은 숨겨둔 존의 아들이었나? 시리즈에서 언제 언급이 되었나?!)- 이런 아들을 두고서 가만히 있을 존이 아니다. 이젠 쉬어야할 짠밥이지만 휴가를 핑계로 러시아로 건너가 진상을 알려고 뛰어든다. 법정까지 가는 도심 한복판이 폭탄 테러로 쑥대밭이 된다. 잭과 함께한 다른 제소자를 빼돌리기 위한 테러범의 공격으로 차를 타고 도주하면서 이때부터 도심가를 휘젓는 카 체이싱이 제대로 펼쳐진다. 잠깐 맛배기 수준이 아니다. 대규모 차량 폭파신이 쉴틈이 없다. 어쨌든 그렇게 만난 아빠와 아들. 서로 부둥켜안고 회한을 나눌 것 같지만, '우린 그런 가족이 아니잖아요'로 대신하는 잭을 보며 존은 씁쓸 모드. 빼돌린 정치범을 두고 무장 테레단의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서히 둘은 의기투합해 찰떡호흡을 자랑하며 빗발치는 총알과 폭탄 세례, 급기야 공격용 헬기가 난사하는 현장에서도 불사조처럼 버티며 액션에 방점을 찍는다. 왜 다이하드니까..
다이하드 5번째 '굿 데이 투 다이', 화력 만점의 아날로그 액션에 올인하다.
다이하드는 '향수'가 짙은 액션영화다. 극장에서 영화보기가 귀한(?) 시절에 1988년 1편을 시작으로 의외의 대흥행을 이끌자 라이터 하나로 비행기를 날려버린 게 인상적이었던 90년에 2편, 뜸을 들이나 싶었는데 95년엔 사무엘 잭슨과 함께 퍼즐 풀듯이 테러범이 깔아놓은 수소폭탄과 한판승부 3편,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 21세기에 걸맞게 2007년엔 해커 등장 같은 디지털 액션으로 4편, 그리고 6년만에 다시 찾아온 5편 '굿데이 투다이'는 아날로그적 규모의 액션으로 찾아왔다. CG 보다는 실제 공격형 헬기(MI-24)와 일명 '할로'라 불리는 헬리콥터(Mi-26)를 등장시킬 정도로 물랑공세가 대단. 화끈한 화력을 뿜어내듯 거침없이 쏴대는 기관총질이 스크린을 제대로 수놓는다. 여기에다 무대의 배경을 미국에서 벗어나 러시아 모스크바로 하면서 시리즈 사상 최초의 해외 로케이션답게 액션 스케일도 커졌다. 실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찍은 카체이싱 장면은 거의 메가톤급이다. 수십여대의 차를 제대로 부딪치게 만들고 뭉개지고 폭파되는 등, 시간도 길게 영화 초반부터 이런 카체이싱은 액션 백미 중 하나. 장갑차스럽게 밀어부치는데 한마디로 무대뽀다.
그런데 이게 다다. 이번 5편에서 제일 기억나는 건, 이런 메가톤급의 카체이싱 장면과 공격형 헬기의 등장으로 난장판이 된 총질들이다. 그 속에서 존과 잭은 불사조처럼 버틴다. 왜? 여간해서 죽지 않는 다이하드라서 더욱 그렇다. 이야기적으론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테러리스트 응징이야 기본인 것이고, 시리즈상 계속되온 시민들의 안전은 물론 아내와 딸을 구하는 순서대로 이번엔 아들까지 구하는 상황까지 몰리며 브루스 윌리스는 뜻하지 않게 전면전에 나서게 됐다는 점이다. 이른바 뻔한 기시감이 드는 건, 부자의 재회와 정색 종국엔 계면쩍은 상봉과 이해로 가족애를 내세운 듯 보이지만, 의외로 두 주인공 존과 잭은 물과 기름처럼 융화되지 못하고 따로 논 듯한 느낌이 짙다. 아비에 묻어가는 아들인지, 아들에 묻어가는 아비인지 모를 정도로.. 그래도 둘의 액션 개고생은 볼만했다. 총질 앞엔 장사가 없으니..
특히 이번에 존 맥클레인 주니어로 낙점된 잭 역에 '제이 코트니'는 다소 신성의 마스크다. 개인적으로 챙겨본 영화 톰 크루즈 주연의 수사스릴러물 <잭 리처>에선 나름 존재감있는 악역 '찰리'로 나와서 눈여겨 봤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브루스 윌리스와 호흡을 맞추면서 신예로 떠올랐다. 좀 과거를 찾아보면 미드 <스타르타쿠스 : 블러드 앤 샌드> 1편 시리즈에서 '바로' 역으로 나왔는데.. 워낙 불끈이들이 많아서 기억은 잘.. 여하튼 새로운 맥클레인 탄생일지 몰라도 차세대 액션 신성이 될지 지켜볼 재목이긴 하다. 그럼에도 다이하드 시리즈의 터줏대감 브루스 윌리스를 빼놓을 순 없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찾아온 영원한 액션 히어로는 특유의 빈정거림과 넉살로 웃음을 간간히 선사하며, 디지털이 난무하는 현시대에도 오롯이 맨몸에 권총 한자루를 소지한 진정한 '액션노동자'가 아니였을까. 이런 다이하드 시리즈 외에도 수많은 영화에 나온 그였지만, 유독 이 영화가 주목받고 회자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일 것이다. 여타 액션 히어로처럼 근사하지도 잘빠지지도 않은 아날로그적인 향수가 짙은 그만의 매력. 그런데 이번엔 그 화력에만 충실했다는 게 아쉽긴 해도 역시 킬링타임용으론 이만한 것도 없다. 시간도 90여분으로 짧아서 심플하니 생각없이 보기엔 딱이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pi/mediaView.nhn?code=199080&mid=19646#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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