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그의 심판이 시작된다"며 8~90년대 풍의 다소 촌스런 문구로 심판자가 된 남자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있다. 그런데 그의 심판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신하게 처리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막가파는 아니지만, 독고다이로 맨땅에 헤딩하듯 맨몸 액션과 머리, 그리고 권총 한자루로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 영화는 그래서 꽤 아날로그적이다. 21세기 테크놀러지가 판치는 규모적으로 구현된 영화가 아니다. 더군다나 네임벨류가 전세계적으로 인정하는 배우 '톰 크루즈'가 주인공이니, 이건 자연스럽게 끌리는 구석이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번외편인가?! 순간 그렇게 생각이 들지 몰라도 내용 보다는 그가 주연이라서 닥치고 볼 수밖에 없는 액션 스릴러가 아니였을까. 다소 그 강도가 약하긴 했어도, 만약 톰 크루즈가 아닌 이름도 없는 배우였다면 이건 영화적으로도 시망이었나? 그만큼 방한에도 도가 튼 '톰 크루즈'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도 영화 <잭 리처>는 그나마 볼만하고 재밌었다는 거. 이번엔 익숙한 '이단 헌트'가 아닌 '잭 리처'라는 탐정 주인공으로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한다. 그것도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는 홍반장처럼.. 그렇게 스크린을 제 스타일대로 누빈다. 그렇게 그의 심판은 시작된 것이다.

법의 한계를 넘어선 자, ‘잭 리처’ 이제 그의 심판이 시작된다!
도심 한복판, 6발의 총성과 함께 5명의 시민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현장의 모든 증거들이 한 남자를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는 자백을 거부한 채 ‘잭 리처'(톰 크루즈)를 데려오라’는 메모만을 남긴다. 전직 군 수사관 출신이지만 실제 정체를 아는 이는 누구도 없는 의문의 남자 ‘잭 리처’.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그는 모든 정황이 완벽해 보이는 사건에 의문을 품고 홀로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나서는데…!
영화는 어느 킬러가 주차 빌딩에서 대낮에 도심가를 거닐던 사람들을 정조준해 저격하면서 시작된다. 무고한 시민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총이 사람을 겨누고 맞고 쓰러지는 거 자체가 공포고 불편하다. 현 미국의 연이은 총기사고를 비추듯 나름 리얼적이다. 바로 사건의 용의자는 '제임스 바'로 밝혀지고, 그는 긴급체포된다. 하지만 실제 총을 쏜 킬러의 모습은 그가 아니였다. 제임스 바는 자백을 거부한 채, '잭 리처'를 데려오라는 메모를 남기고 묵비권을 행사. 사건이 오리무중으로 빠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건 뉴스를 접했는지 '잭 리처'가 수사관 앞에 부지불식간에 나타난다. 마치 후임자를 자처하는 모양새가 제임스 바를 변호하기 보다는, 응당의 처분을 받기를 바라는 모양새. 그런데 제임스 바를 변호하는 미모의 여변호사 헬렌과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게 있음을 간파한다. (역시 주인공은 똑똑해) 결국 이런 잭 리처의 등장이 달갑지 않은 악당패는 동네 깡패들을 시켜서 해치려고 하다가, 도리어 잭에게 떡밥만 던져주게 된다. 이때부터 법의 테두리가 아닌 그만의 방식대로 '잭 리처'는 사건을 역추적하며 진실을 파헤쳐가는데..

미션 임파서블 보단 약하지만, 톰 크루즈식 '잭 리처' 시리즈물 부활이 기대..
영화는 원작소설이 있는 작품이다. 요즈음 트렌드처럼 베스트셀러 텍스트가 스크린으로 부활하는 그림들은 그리 낯선 게 아니다. 도리어 영화 때문에 원작소설이 더 후광을 받으며 찾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여기 <잭 리처>도 그렇다. 개인적으론 몰랐다. '리 차일드' 원작소설 <잭 리처>는 지금까지 17편의 시리즈가 출간될 정도의 스테디셀러. 그 중에서 9편에 해당되는 '원 샷'을 따다가 만든 게 본 영화다. 그래서 그런가, 마치 '미드'의 시리즈물을 보는 듯 하다. 한편으로 끝날 게 애초에 아닌 듯, '잭 리처'는 그만의 방식대로 셜록홈즈처럼 탐정을 자처한다. 그런데 그의 방식이 그렇게 세련돼 보이진 않는다. 헌병대 장교 출신의 군 전문 특수수사관을 연상케하듯, 명석해 보이면서도 때론 군 특유의 기질대로(?) 무모한 구석이 있다. 자신의 모든 기록을 숨긴 채 유령처럼 활동하는 방랑자 '잭 리처'는 '톰 크루즈'에 의해서 완성된다. 여타 히어로와 응징자의 방식과는 색다르게 판타지가 아닌 현실감 있게 아날로그적으로 활약한다. 제임스 본드 007처럼 일당 백의 첩보원도 아니요, '본' 시리즈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제임스 본처럼 혈기파도 아니다.
그래서 90년대 풍의 액션 스릴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장르적인 액션과 스릴의 강도가 그리 센 편도 아니라서 이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나이든 중장년층에겐 때론 향수를 자극할지 몰라도, 최신의 디지털 액션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에겐 입맛이 심심할지도 모를 일. 하드보일드류의 탐정물을 자처하지만, 극 자체는 다소 느린 편인데다 액션도 그리 많지 않다. <유즈얼 서스펙트>의 각본을 맡았던 '크리스토터 맥쿼리' 감독의 연출답게 이야기에 중점을 두며 극을 전개시킨다. 여섯 발의 총성으로 죽은 5명의 시민들. 그들은 왜 무모하게 죽었는지, 배후가 있다면 왜 죽였는지 등, 퍼즐을 맞추듯 추리극 특유의 스릴을 주조한다. 그 중심에서 '잭 리치'는 그만의 여유로운 기세를 발산하며 활약한다. 셜록홈즈 '로다주'의 허당끼(?)와는 다른 면모다. 미모의 변호사 헬렌과 애정전선이 있겠나 싶지만 그 조차도 예상이 빗나가는 자유인이다. 톰 크루즈 본연의 이미지와 그런 '잭 리처' 색깔을 잘 섞어 고스란히 담아내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셈이다.
그렇다고 영화 자체가 대단한 건 아니다. 스케일로 봐서도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소한 타입이다. 실제 대역없이 직접 나섰다는 톰 크루즈의 맨몸 액션을 볼 수 있지만, 카체이싱 빼고는 액션과 스릴은 강도는 낮은 편. 그로 대표되는 액션물 '미션 임파서블'엔 미치지 못하지만 기대치를 줄이면 괜찮다. '로버트 듀발' 외 노익장을 과시하는 연배높은 배우들의 출연으로 영화적 관록을 과시하며, '타이탄의 분노'에서 안드로메다 공주 역으로 나왔던 '로자먼트 파이크'의 여변호사 역도 잭 리치와 호흡을 과시. 그래도 누가 뭐래도, 원작소설 동명의 제목처럼 '잭 리처'라는 탐정 인물에 제대로 빙의된 톰 크루즈를 따라가는 재미로 일관되게 볼만한 영화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느낌은 영화 내내 '미드'스런 분위기를 풍겼던 '잭 리처'. 다소 촌스럽지만 나름 마초적인 그럼에도 방식은 아날로그적인 이 남자. 설마, 이 한 편으로 끝날 것인가? 그는 언제든 준비돼 있다.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가 아닌 새롭게 부활한 '잭 리처'로 다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90834&mid=19429#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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