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가 담겨져 있는 두 권의 책 소개. 하나는 일종의 지식교양서고, 하나는 역사소설이다. 오래만에 다시 중국사를 끄집어내니, 감회(?)가 새롭다. 수 년 전 나름 열독하며 팠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일상의 바쁨으로 잊고 지내다가, 간간히 이렇게 책을 받게 되면 잊고 지내던 기억을 떠올리게 돼 생활의 활력소 겸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번에도 간만에 책 소개를 해본다. ~
말이 필요없는 '간신' 얘기다. 그래서 끌리고 재밌다. 충신 보다 무언가 막장스런 요소가 있기 때문. 그게 어쩔 수 없는 간신의 포지션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충신과 간신으로 점철된 그 유구한 역사 속에서 유독 간신들은 나라를 쥐락펴락한 인물들이 많다. 물론 '화무십일홍'이라 했거늘.. 그 권력에 빌불은 권세는 오래가지 못하고 파멸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런 간신들의 이야기를 총망라한 책이 바로 <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이다. 대신에 동양사의 중심 중국의 인물 열전이다. 바로 중국사를 통해서 굵직하게 말아드신 간신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펼쳐진다. 저기, 기원전 열국지에 나오는 자식까지 삶아서 바친 제나라 역아부터 명나라 온체인까지 권력에 빌붙어 나라를 망친 천태만상 간신들 이야기가 오롯이 적혀있다. 대중적인 중국사를 알리는 데 앞장서온 김영수 저로, 특히 이 책은 <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의 개정판이다.
1장 간신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권력을 향한 욕망은 자식까지 삶아 바치게 한다_역아(易牙, B.C. 7C, 제)
비상한 두뇌와 세심함은 음모술수의 힘이다_비무극(費無極, B.C. 6C, 초)
방심하는 사이 쥐도 새도 모르게 파고들다_백비(伯?, B.C. 5C, 오)
세 치 혀의 현란한 언변으로 진실의 귀를 막다_조고(趙高, ?~B.C. 207, 진)
2장 간신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패거리 정치로 나라의 시스템을 파괴하다_석현(石顯, ?~B.C. 32, 서한)
탐욕의 화신이 되어 축재와 투기에 열을 올리다_양기(梁冀, ?~159, 동한)
무력을 동원하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_동탁(董卓, ?~192, 후한)
주변에 늘 권력의 기생충들을 달고 다닌다_우문호(宇文護, 515~572, 북주)
3장 간신은 어떻게 기생하는가?
간신은 간군을 만들고, 간군은 간군을 낳는다_양소(楊素, ?~606, 수)
‘왕의 여자’의 마음을 다독여 권력을 얻다_이의부(李義府, 614~666, 당)
입에는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검을 감추다_이임보(李林甫, ?~752, 당)
간신을 밟고 일어섰다가 간신에 밟혀 쓰러지다_양국충(楊國忠, ?~756, 당)
완벽한 아첨으로 죽어서도 군주의 마음을 사로잡다_노기(盧杞, 734?~785, 당)
4장. 간신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
정치 철새가 되어 보수와 개혁을 넘나들다_채경(蔡京, 1047~1126, 북송)
권력자를 조종하여 나라를 도탄에 빠트리다_황잠선(黃潛善, ?~1129, 남송)
‘아니면 말고’식 모함으로 충신을 쓰러트리다_진회(秦檜, 1090~1155, 남송)
무서울 정도의 집요함과 인내로 장기 집권의 길을 열다_엄숭(嚴嵩, 1480~1569, 명)
사조직을 결성하여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다_위충현(魏忠賢, 1568~1627, 명)
나라가 망하는 데는 간군과 간신 한 명씩이면 족하다_온체인(溫體仁, ?~1638, 명)
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 - 김영수 지음/추수밭(청림출판) |
위의 목차만 보더라도, 어디서 많이 들어보고 본 듯한 인물들이 더러 있다. 물론 생소한 인물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저마다 색깔을 겸비한 간신배들 이야기라서 더욱 끌리는 열전이 아닐 수 없다. 시대별로 순차적으로 나가면서도, 간신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진화하면서 기생하는지, 종국엔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지를 간신들을 통해서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간신들을 통해서 작금의 부정부패를 일삼는 우리 정치사회를 뒤돌아보는 성찰과 안목까지 틔워주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정치적 권력의 정점에서 나라를 좌지우지하거나 개인과 가문의 영달만을 위해 달려온 그들, 종국엔 나라를 망치는 권력의 부스러기 '간신'들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보자. <송사> '유일지전'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군자가 여럿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일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
위의 책이 간신들 열전이라면, 이건 충신열전 중에서 '책사' 부문에서도 탑 파이브에 드는 인물 얘기다. 바로 '장량'(張良, ? ~ 기원전 189년) 되시겠다. 말이 필요없다. 삼국지에 '제갈량'이 있다면 초한지에 장량 '장자방'이 있다. 한 나라를 세울 때 필요한 군사이자 책략가 책사로서 '장자방'은 동양사에서 독보적인 인물. 시골뜨기 유방을 한(漢)나라를 세운 한고조로 만들었으니 장량의 킹메이커론은 지금도 연구할 대상. 보급 정책의 일인자 소하는 물론 한신대장군과 함께 한나라의 일등공신 '장량'의 이야기가 한 권의 역사책으로 나왔으니 그의 자를 따서 《장자방》이다. 저자는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등 '조선을 뒤흔든' 시리즈로 유명한 '이수광' 작가. 이런 그가 국내 최초로 장자방을 다룬 본격 역사소설을 냈으니 어떻게 구미가 당기지 않으신가..
1장 장자방이 전쟁에서 돌아오고 천하에 피바람이 불다.
2장 자객 형가가 시황을 암살하려고 하다.
3장 동해의 장사가 박랑사의 모래를 피로 물들이다.
4장 장자방이 요희를 만나고 시황이 죽다.
5장 항우가 우미인을 만나고 유방이 여후와 혼인하다.
6장 유방이 장자방을 만나 책사로 삼다.
7장 천하제일의 명장 한신이 항우를 찾아오다.
8장 거록에서 항우가 장한을 격파하다.
9장 홍문지연에서 장자방과 범증이 대결하다.
10장 괴통이 천하삼분지략을 논하다.
11장 항우가 전설이 되고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다.
12장 살구꽃은 3월에 피고 국화꽃은 9월에 핀다.
책은 그렇게 두껍지 않다. 300 페이지 조금 넘게 구성돼 나름 액기스한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익숙한 '초한지' 처럼 방대하게 그 속에서 하나의 역할만 담당하는 장량의 모습이 아닌, 초한지의 주요 책사로만 알려져 있는 장자방의 진면목을 다시 새겨볼 수 있는 역사책으로 읽어봄직하다. 재밌는 건 동양 역사물마다 자주 인용하는 문구중 하나, "당신은 나의 장자방이요, 나에게 장자방이 있었다면 천하를 얻었을 것이다" 등, 장량의 미친 존재감은 그때부터 오늘날까지도 회자될 정도. 그만큼 그의 역할론이 대두되는 것으로, 오늘날 킹메이커와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하지만 종국엔 "봄 매화와 가을 국화는 피는 때가 다르다"는 말을 남기며 천하통일 후 일등공신의 부귀영화를 뒤로 하고 역사의 무대에서 홀연히 사라졌던 그. 옛 조선의 한 선비는 노래했다.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리시니, 오는 이 가는 이 흙이라 하는고야, 두어라 알 이 있을지니, 흙인 듯이 있거라" 왕에게 버림받은 가운데에서도 선비의 기상을 잃지 않으려는 처연하지만 의연한 자세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2천여 년 전에 중국 땅에서는 흙을 털어 옥이 되는 순간에 오히려 흙으로 돌아간 선비가 있었다. 바로 나가고 들어올 때를 지켰던 한 사내 '장자방'이 그 주인공. 그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생생히 만나보자. ~
장자방 - 이수광 지음/책마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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