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을 벗은 새 SBS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이 어제(5일) 첫 방송 됐다. '신의' 후속극으로 방송 전부터 여러차례 홍보가 되면서 기대가 컸던 게 사실. 특히 공전에 히트쳤던 '하얀거탑'의 장준혁과 '베토벤바이러스'의 강마에 캐릭터에 이어서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명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이른바 '명민본좌'의 연기력은 녹슬지 않게 첫회부터 그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며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오프닝은 자신이 세운 '제국프로덕션'의 피알과 자뻑스럽게 한류의 중심이 된 한국 드라마계의 흥행보증수표임을 기세좋게 과시. 그 특유의 독설연기가 빛을 발하며 첫회부터 스피드하게 전개돼 눈길을 끌었으니, 그가 바로 '드라마의 제왕'이다. 제목부터가 모든 드라마를 접수하겠다는 기세로 나서며 인간사의 희노애락을 담아낸 드라마의 안과 밖의 모든 걸 다루기 전에.. 본 드라마는 한 남자의 실패와 좌절을 딛고 독기스럽게 성공을 담은 드라마의 비지니스를 1회부터 그의 명연설(?)로 포문을 연 것이다.
방송정보에 나왔듯이 주요 인물들을 보면 먼저, 악명 높은 드라마제작사 대표 앤서니 김은 동물적 감각으로 흥행불패 신화를 이루고 있는 외주제작사 대표 역으로,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돈과 명예, 성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리는 비열함에 뻔뻔스러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양면적 인물이다. 한편 드라마는 인간애라고 부르짖는 솔직 담백한 5년차 보조작가 이고은, 타협을 모르는 광기 충만의 국내 톱스타 배우 강현민 등 세 인물이 주인공 격. 여기에 드라마 투자자인 일본 거대 야쿠자 보스가 만나 펼치는 드라마 제작기를 캐릭터 코미디 풍으로 그리며 실패와 성공을 담은 드라마의 비지니스 세계를 보여준다는 게 골자.
한마디로 드라마에 얽히고설킨 속사정을 파헤치면서도 이른바 '무대밖'의 얘기라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우선 첫회는 다른 배우들 보다는 온리 앤서니 김 김명민과 보조작가 이고은 역에 정려원 두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전개됐다. 물론 주인공 앤서니에 의해서 스피드하게 진행됐으니, 손수 제작사 대표가 드라마 엔딩씬 테입을 배달하는 수고까지 감수하면서 다소 블랙코미디스러운 이채로움과 주옥같은(?) 드라마의 현실을 방영하는 대사들을 날리며 눈길을 끌었다. 시청률에 목숨을 걸 정도로, 확률과 퍼센트를 수시로 날리며 "나에게 죽음보다 두려운 건 실패"라는 앤서니 김. '청담동 미친개'의 명대사는 계속된다.
그는 '드라마는 돈'이라는 모토 아래 드라마 '제국'을 지휘해왔다. 자신이 제작한 초절정 인기 드라마 '우아한 복수'에 3억짜리 오렌지주스 간접광고를 넣기 위해서 메인 작가와 다툼이 벌어지자, 보조작가인 고은을 이용하기로 작정하고, 남자 주인공이 죽는 장면의 엔딩씬에서 베테랑 작가를 대신해 고은을 속여 오렌지 주스가 클로즈업되게 대본을 고치게 한다. 강원 삼척에서 가까스로 마지막 촬영을 마친 앤서니는 퀵서비스 기사에게 촬영본을 1시간 안에 서울로 배달해 줄 것을 요구했고, 자신도 고은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오다가 퀵서비스 기사는 무리한 운행으로 사고를 당한다. 죽어가는 기사에게서 테이프를 챙겨서 방송국으로 향한 앤서니는 무사히 마지막 방송을 성공리에 마친다. 하지만 그 기사는 죽었고, 이 사실이 전국적으로 보도된 후 승승장구하던 앤서니는 대표직에서 쫓겨나게 이른다. 이고은 역시 메인 작가를 배신했다는 누명을 쓰고 방송가에서 퇴출 위기에 처하자 앤서니를 찾아가 오렌지 주스 한바가지를 쏟아부으며.. 첫회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드라마의 제왕이 된 남자 '김명민'이 보여주는 리얼 드라마의 비지니스 세계
홈페이지에 나온 등장인물 소개란에 주연급 프로필이 다소 독특하다. 엘레강스한 백작스런 분위기의 사진첩에 담긴 모습들로 나와있다. 이런 면들이 다소 블랙코미디스러운 면모인데, 특히 주인공 앤서니 킴 역에 김명민은 정말 잘 어울리는 듯.. 그의 캐릭터 설명만 보더라도, 이건 느낌이 온다. 자기 잘난 멋도 모자라, 최고라 자부하는 이 남자의 기세는 가히 독단적으로 점철돼 있다. 드라마를 만드는 족족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시청률로 흥행불패를 이끌어온 제작자 대표 앤서니 김. '작품을 위해선 아버지도 버려야 한다'는 철학을 모토로 그는 드라마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거는 남자다. 때론 비열함을 감수하면서도 독설을 작렬하며 사람들을 조정하지만, 그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작가 데뷔를 꿈에 그리던 보조작가 이고은을 이용하면서 둘은 그렇게 엮이게 되면서 앞으로 구도가 다소 그려진다. 종국엔 둘이 합심해서 좌충우돌하며 새로운 흥행신화의 드라마 '경성의 아침'(이고은 수년의 역작?)을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첫회부터 '역시 김명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만의 색깔로 무장한 안정된 연기력과 '명민본좌'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빠른 전개로 자칫 산만하거나 가벼워 보이기 쉬운 극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여주인공 정려원 역시 전작 '샐러리맨 초한지'와는 비슷하거나 다른 느낌으로 씩씩하고 순수하면서도 괴팍한 면까지 엿보이는 개성강한 보조작가로 빙의돼 배역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었다. (베테랑 20년차 정작가 그분의 코믹도 한몫) 앤서니 김의 수족 오실장 역 정만식의 반전스런 모습도 볼만. 아마도 나락으로 떨어진 앤서님 김과 경쟁상대로 나설 구도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나름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의 제왕'이 베일을 벗고 일단 첫방송에서 흡인력 강한 빠른 전개로 시선 끌기에 성공적인 듯 싶다. 여기에 너나할것 없이 시청률 경쟁에 쫓기는 작금의 드라마 제작의 적당한 현실풍자, 앤서니 김으로 분전한 김명민의 임팩트한 면모는 독설과 아집 그리고 특유의 비열함까지 선보이는 캐릭터로서 중심에 서며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과연 제목처럼 그런 기대감을 높이며 '김명민' 특유의 흥행불패의 저력을 계속 보여줄지, 내가 있어 드라마 제국이 됐고 나로 인해 제국이 망할지니.. '드라마의 제왕' 속 실패와 성공의 드라마 비지니스는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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