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염을 강타할 올여름 최고의 오락 사극 블록버스터라 호기좋게 나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개봉했다. 그만의 부담없는 코미디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차태현'의 첫 사극 도전 영화라는 점에서, 또 그를 위시해 여러명의 주연같은 조연들이 합세해 조선시대에 금보다 더 귀한 얼음을 털었다니, 이건 딱 봐도 조선판 <도둑들>이었다. 위 포스터만 봐도 이 영화의 느낌이 그랬다. 현대판 영화 <도둑들>이 액션스럽게 정극으로 극의 재미를 돋군 오락무비였다면, 여기 조선판 <도둑들>들은 정극임에도 마치 촌극처럼 전개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형 코미디물로써 방점을 찍었다. 절대 성인물스럽지 않게 남녀노소 코흘리개 아이가 봐도 좋을 만큼, 영화는 타겟층을 폭넓게 잡았다. 그래서 강호는 좀 실망했다?! '가족형'이라는 의미가 사실 나쁜 건 아니어도, 장르적으로 착한(?)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좀 낯간지러운 게 없지 않아 있다. 마지막엔 무언가 감동을 줄려고 애쓰는 등, 그럼에도 '바람함사'는 캐릭터들을 맛깔나게 살리며 얼음이 수만정 쌓여있는 서빙고의 얼음을 탈취하는 본격 '케이퍼 무비'의 원용을 따른다. 이것도 영화 '도둑들'처럼 범죄를 모의하고 실행한다. 그게 다소 웃기긴 해도.. 그것이 이 영화의 주요한 관람 포인트다.
금보다 귀한 권력의 상징 ‘얼음’
총명함은 타고났으나 우의정의 서자요, 잡서적에 빠져 지내던 ‘덕무(차태현)’. 얼음 독점권을 차지하려는 좌의정 ‘조명수’에 의해 아버지가 누명을 쓰게 되자 그의 뒤통수를 칠 묘안을 떠올린다. 바로 서빙고의 얼음을 통째로 털겠다는 것! 한때 서빙고를 관리했지만 조명수 일행에 의해 파직당한 ‘동수(오지호)’와 손을 잡은 덕무는 작전에 필요한 조선 제일의 고수들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움직이면 ‘얼음’이 사라진다!
한양 최고의 돈줄 ‘수균(성동일)’을 물주로 잡고, 도굴 전문가 ‘석창(고창석)’,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신정근)’, 변장술의 달인 ‘재준(송종호)’, 총알배송 마차꾼 ‘철주(김길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불러모은 덕무와 동수. 여기에 동수의 여동생인 잠수전문가 ‘수련(민효린)’과 아이디어 뱅크 ‘정군(천보근)’, 유언비어의 원조 ‘난이(김향기)’까지 조선 최고의 ‘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되고, 3만정의 얼음을 훔치기 위한 본격 작전에 나서기 시작한다! “우리는 돈, 금, 얼음을 가지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겁니다!”
먼저, 영화는 다소 독특한 소재성을 띈 사극이라 할 수 있다. 그 흔한 궁중암투를 그리거나 혹은 남녀간의 사랑이 들어간 궁중의 잔혹사 타입의 영화가 아니다. 지금도 귀한 소금과 얼음이고 보면 조선시대엔 더 귀했을 터. 특히 무더위에 고생하는 사람들과 연관성이 있는 '얼음'을 소재로, 실제 기록에도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얼음을 관리하며 빙고에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공급하였다고 전해지니, '얼음'은 그렇게 귀한 존재였다. 그리고 여기 우의정의 서자로 잡서적에 빠져사는 한량 이덕무(차태현, 실제 역사 속 그 이덕무인가?!)가 그 얼음을 터는 데 나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물론 처음엔 서양문물의 달인 양씨(이문식)랑 탱자탱자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문식은 우정의 카메오 출연이 아니였을까..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불온한 서적이 역서로 몰리면서 억울한 옥살이로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아비마저 유배를 당하자, 이와 관련된 권력에 정점을 서있는 좌의정 조명수 대감을 치기로 마음 먹는다. 여기에 서빙고 별감으로 의리파 무사 백동수(오지호, 실제 역사 속 그 무사 백동수였을까?)마저 그들 일행에게 억울하게 파면당하자, 덕무는 동수를 끌어들여 이들이 그렇게 애지중지하며 독과점으로 쌈싸먹고 있던 '얼음'을 털기로 모의한 것. 즉 얼음을 빼돌려 돈과 바뀌고 비밀장부마저 털어서 이들의 죄상을 낱낱히 파헤쳐 무너뜨린다는 계획이었는데.. 딸랑 두 명이선 어려운 일.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내노라하는 꾼들을 불러들인다. 덕무와 동수를 위시해서 돈줄을 끌어들이고, 변신과 운반의 달인, 잠수의 여왕, 폭탄제조 전문가, 땅굴파기의 1인자 등을 끌어모아 서빙고의 얼음을 털기로 대대적인 범죄를 단행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모의대로 잘 털고 바람대로 이문을 취한 뒤 바람처럼 사라졌을까.. 그렇게 각자 흩어지기엔 무언가 아쉬웠을 것이다. 자칭 천재적인 지략가 이덕무 머릿 속엔 다른 심산이 있을 수도...
본 영화에서는 여러 능력의 캐릭터가 나오지만서도, 맨들에게 단연코 눈에 띄는 건 민효린 처자다. 무사 백동수의 친여동생이자, 잠수의 여왕 해녀처럼 나오는 통에 그녀는 영화 막판에 잠수복을 내내 입고 있어야 했다. 히트작 <써니>를 통해서 시크했던 모습과는 다른 나름의 서비스(?)인 셈인데.. 그럼에도 본 영화에선 매력적이지 않다. 이덕무의 구애 대상이긴 했어도 존재감은 좀 미미했다. 차라리 이채영이 분한 설화 역이 더 볼만했다. 이 처잔 백동수와 러브라인.. 그외 눈에 띄는 재미난 캐릭터론 변신의 달인이자 여심을 훔치는 매력의 소유자 송종호를 보면서 젠 누구?! 윤기원이라 흡사 닮아 보이던데 은근히 웃겼다.
조선판 '도둑들'을 자처한 '바람함사', 가족형 코미디론 손색없는 오락무비..
그런데제대로 코믹을 담당했던 두 명은 안 봐도 비디오다. 전문도굴꾼 석창 역에 고창석과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으로 분한 신정근 두 배우다. 이 사람은 영화내내 티격태격하면서도 코믹을 제대로 담당했다. 고창석은 기본은 했고, 하도 폭탄만 터뜨리다 보니 사오정 귀로 제대로 못 알아먹는 신정근의 빵터지는 대사드립은 참으로 웃겼다. 여담으로, 어제(9일) '해피투게더'에 나와서도 시크한 말투로 미친 예능감을 선보이더니, 본 영화에서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외 한양 최고의 돈줄 역할에 성동일은 그냥 그랬고, 두 꼬마 남녀가 나온 건 분명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일 터.
이렇게 영화는 재주있는 꾼들이 모여서 서빙고 얼음을 터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하지만 여기서 꾼들은 전문가 이전에 사실은 코믹적인 요소가 많다. 마치 모양새가 빠지듯 꽤 해프닝스럽게 활약한다. 무술 액션 담당의 백동수로 분한 오지호의 '추노'스러운 진중한 면을 뺀다면, 차태현이 분한 이덕무까지 모두 허허실실대며 본 작업에 임했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겠다. 코믹적이고 맛깔나는 캐릭터들이 서빙고 얼음을 턴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에 가까울 정도로, 이들의 범죄는 그런 치밀함 보다는 자유분방함에 있다. 분명 사극임에도 정형화된 틀을 보여주지 않고, 현대극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다소 적잖은 캐릭터들을 담기엔 그릇이 모자르거나 덜컹거려도 이야기는 나름 잘 전개된 편. 그럼에도 영화가 지향했던 코미디는 기본에 로맨스는 언급한 수준, 얼음 독점권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와 액션 등의 스펙터클까지 담기엔, 다소 역부족이 아니였나 싶다.
그럼에도 차태현이었기에, 그만의 장기는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며 유쾌하고 착한 코미디의 전형성으로 내달렸다. 전작 <복면달호>부터 구가해온 <과속스캔들>과 <헬로우 고스트> 등, 차태현 특유의 밝고 경쾌한 이미지는 그대로 재현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그 연장선에서 웃음을 선사했다. 작위적이지 않는 게 장점이긴 했어도, 이젠 식상할 때가 됐음에도 역시 차태현임을 입증했다. 다만 이번엔 더 오락적으로 스케일과 만나면서 조선판 '도둑들'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할 것이다. 결국 모나지 않게 소소한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며 아이들과 함께 가족형 코미디 영화로 보기엔 무리가 없다. 영화 초반과 말미에 '만사형통' 뜻으로 손가락을 둥그랗게 만들며 '오~케이'를 말하던 차태현의 흥행이 이번에도 어디까지 통하질 나름 주목된 가운데.. 호기좋게 나선 '2012년 임진년 최고의 오락 블록버스터'는 그렇게 중심에 섰다. 혹여 영화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진 않겠지.. 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6888&mid=18164#tab
유익하셨다면 위 아래 추천 버튼은 '비로그인'도 가능합니다.
[#ALLBLET|1163#]
tag : 이글루스투데이, 영화리뷰,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차태현, 고창석, 신정근, 오지호, 민효린, 사극오락, 블록버스터, 조선판도둑들, 가족형코미디, 볼만하지만, 임팩트는없다, 아이들도볼수있다, 차태현이번에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