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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몰입감 좋은 웰메이드 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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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여름엔 시원한 게 최고다. 연이은 폭염으로 이런 무더위를 날릴 때 보통 찾는 영화적 장르는 공포물.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어느새 눈을 가리고 가슴을 졸이며 간담을 서늘케 할 때 느끼는 공포감은 내면의 시원함을 안기며 항상 주목을 끌어왔다. 그런 점에서 얼마전 개봉한 <무서운 이야기>는 단도직입적으로 잘 만든 공포영화라 감히 말하고 싶다. 소개 형식의 프리뷰로도 간단히 언급했었지만, 며칠전 심야에 시간을 내서 직접 관람해 보니 의외로 공포스런 연출의 퀼리티도 좋고 영화 자체도 군더더기 없이 꽤 심플하다. 더군다나 한 편도 아니고, 4편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와 공포를 4번이나 체험케 했으니, 이건 일석사조다. 분량도 편당 30분 내외로 단출하지만 그만큼 몰입감도 좋다. 또한 이야기적 소재도 다양하다. 집으로 소재로 한 하우스 공포,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마와 사투, 잔혹동화를 표방한 스릴러, 그리고 앰뷸런스를 타고 벌어지는 익숙한 좀비물까지 '무서운 이야기'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고 느꼈던 소재성과 함께 친숙한 공포감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이 4편의 옴니버스 공포괴담은 어떤 걸 담고 있었는지, 강호가 그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줄께.. ㅎ
 


똑..똑..똑.. 물소리 너머로 들려오는 묘한 칼질 소리에 서서히 눈을 뜬 여고생(김지원).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이내 자신이 정체불명의 남자(유연석)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서서히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에 죽음의 공포를 느낀 그녀는 시간을 벌기 위해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하나의 장편이 아닌 옴니버스 타입의 4편을 담다보니 이들 이야기를 소개시키는 방식이 조금은 독특하다. 위의 짧은 시놉시스를 보듯이, 어느 여고생이 언어장애를 가진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납치돼 감금된 상황을 그리며 포문을 연다. 언제 죽을 줄 모르기에 살려달라 애원하지만.. 놈은 묵묵부답.. 그러면서 도화지에 글씨로 전달,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면  내 피가 솟구쳐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여고생의 목숨을 위협한다. 이에 여고생은 살고자 자신이 알고 있는 어디서 주워들은 썰을 풀며 '무서운 이야기' 공포괴담은 그렇게 시작된다. (김지원양 역시 이뻐..) 

아래는 스포일러가 내포돼 있으니 안 보신 분들은 스킵.. ㅎ


 
이야기 하나_ 오누이 괴담 <해와 달>
늦은 밤, 어린 남매 둘만 남겨진 집에 울리는 초인종 소리. 엄마가 오기 전까진 절대 문을 열어선 안돼! 

보통 우리에겐 익숙한 구전동화의 레파토리가 있다. '애들아 엄마가 올 때까지 낯선 사람한테 절대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 알았지..' 로 대표되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애들아, 엄마가 왔다" 등에서 나온 그런 모티브로 여기 오누이는 늦은밤 집안에 갇힌다. 엄마가 곧 온다며 기다리다가 낯선 초인종 소리에 흉측한 몰골의 남자가 집안에 들어오면서 어린 남매는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 허겁지겁 방으로 피신해 보지만 건장한 남자가 쳐들어오면서 누나는 꿈에서 깬다. 하지만 현실은 더 공포였다. 어딘지 모를 지하실로 쫓긴 두 남매에게 다가온 기묘한 관절꺽기 신공의 귀신이 다가오는데.. 그 귀신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사회적 약자로 원혼이 깃든 어떤 그런 게 아니였을까.. 영화는 의외의 사회성을 담고 있다. 죽어서도 이승을 떠도는 원귀.. 남매는 단단히 운이 잘못 트였다. 영화 <도가니>로 얼굴을 알린 '김현수'양이 가뜩히나 큰 눈을 부릅뜨며 공포 연기를 제대로 선보였으니.. 제2의 '김유정' 싹이 보인다. ~


  
이야기 둘_ 고공 스릴러 <공포 비행기>
도망칠 수도, 뛰어내릴 수도 없는 3만 피트 상공 비행기 안. 연쇄 살인마와 당신, 단 둘이 남겨졌다! 

이 에피소드는 귀신이나 유령이 안 나옴에도 꽤 공포적이다. 미친 살인마의 표정과 모습이 사실적으로 압도적이기 때문. 보통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건 액션물로 범죄자들이 인터셉터해서 인질극을 벌이거나, 혹은 드물지만 간혹 비행기 안에 뱀이 출몰하는 기이한 영화도 있긴 했지만서도.. 여기선 연쇄 살인마와의 사투를 다루고 있다. 승객들을 태우지 않고 급하게 비행기로 이송중이었던 중범죄자였다. 도망칠 수도, 뛰어내릴 수도 없는 도저히 어디로 빠져나갈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스튜어디스와 살인마 둘만이 남게 된다. 그전에 이놈이 형사랑 기장과 다른 스튜어디스까지 죽였다.

이런 카리스마 쩌는 살인마 연기론 사극 <인수대비>에서 연산군 역으로 폭군의 광기를 보여주었던 '진태현'이 다시 한 번 광기의 살인마 연기를 제대로 선보였다. 형사들을 죽일 때 표정은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 못지않다. 그리고 이런 미친 진태현과 사투를 벌이는 스튜어디스는 영화 <코리아>에서 하지원 동료 선수로 나왔던 '최윤영'도 연기 굿. 과연 그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흔한 살인마와 사투지만 그 살인마가 공포적 존재라면 더 이상의 공포는 없다.
 


이야기 셋_ 자매 잔혹사 <콩쥐, 팥쥐>
착한 콩쥐와 못된 팥쥐, 과연 진실일까? 의붓 자매의 질투와 탐욕이 만들어낸 2012년판 잔혹동화! 

나름 기대했던 에피소드 이야기였는데 이거 나름 대박이다. 여러 공포적 장르에서도 동양권에서 의외로 잘 먹히는(?) 잔혹동화 이야기다. 사실 2000년대 들어서 새롭게 선보인 공포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직도 주목을 끄는 공포괴담 중 하나. 03년 임수정과 문근영 주연의 <장화, 홍련>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래로, 다소 시망했던 06년작 신세경과 도지원 주연의 <신데렐라>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의 원제를 그대로 끌어오며, 영화적 상상력에 동화를 비틀고 그 속에서 캐릭터간의 욕망과 원혼이 담긴 공포를 끌어내 눈길을 끈다. 이 영화에선 '콩쥐 팥쥐'로 대표되는 의붓 자매에게 질투와 욕망의 잔혹한 그림을 드리우며 자매잔혹사를 그리고 있다. 언니와 여동생이라 하기엔 그것을 뛰어넘는 탐욕의 그림자가 서려있다.

이런 역엔 남보라 정은채 그리고 배수빈이 주인공으로 나오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배수빈이 맡은 젊은 회장님 역은 마치 <호스텔>스런 설정과 <덱스터> 살인마 같은 표정의 연기는 냉혹할 정도로 좋았다. 그런 배수빈에게 희생양이 된 남보라양 반 누드의 리얼한 집도.. 잔혹한 슬래셔급의 공포를 제대로 안겼다. 또한 정은채도 까탈스런 탐욕으로 연기 굿. 젊은 회장님을 옆에서 모셨던 임성은 아줌씨의 그로테스크적인 모습이 좀 어색할 뿐.. 이 정도면 심플하니 잔혹동화로서 매력적인 공포 에피소드다. 이런 건 장편으로 나옴직하다.



이야기 넷_ 언데드 호러 <앰뷸런스>
치명적 좀비 바이러스를 피해 질주하는 구급차에 탑승한 유일한 생존자 5명. 이 안에 진짜 감염자가 있다!

'무서운 이야기', 몰입감 좋게 오래만에 만나본 웰메이드 공포물로 강추!!

위의 스틸컷만 보더라도 단박에 알 수 있는 흔한 좀비물이다. 하지만 좀비물이라 해서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아주 잘 찍었다. 어둠을 뚫고 달려오는 좀비들의 힘찬 발걸음과 달리는 구급차에 치여서 피칠갑에 나가 떨어지는 미장센은 압권이었다. 빠르고 임팩트했다. 치명적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도시는 좀비세상으로 변하고, 아들을 구하자고자 앰뷸런스에 탄 엄마 그리고 생명을 책임질 군의관과 간호사, 이들이 그 좁은 구급차에서 사투를 벌이게 된다. 그 어린 아들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이 됐는지 안 됐는지를 가지고 설전이 오가며 스스로 위기를 자처한다. 그러던중 싸움이 일어나고 계속해서 쫓아온 좀비들에게습격을 받게 되는데..

과연 누가 살고 죽었을까. 어두운 밤거리를 무대로 벌어지는 한 여름밤 좀비들과의 사투.. 이미 이런 그림에 익숙한 팬들에겐 다소 심심한 영화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런 기운을 단박에 날렸다. 영화적으로 한국식 좀비물도 이 정도면 어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를 만들었던 김곡·김선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 영화로, 주인공 김지영 아줌씨의 사투도 볼만했다는 점. 언데드 호러의 장르로서 하나의 장편 영화를 나중에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는 총 4편의 공포괴담을 담고 있는 옴니버스 공포영화다. 각각의 내용들은 익숙한 소재성을 띄고 있지만, 에피소드마다 간결하고 심플하다. 30여 분내에 결정타를 내는 수순으로 지루한 것 없이 몰입감이 상당히 좋다. 그것은 각각의 공포 에피소드를 연출한 감독들의 역량에 있다 하겠다. 다들 공포영화를 찍었던 감독들로, <기담> 정범식의 '해와 달', <스승의 은혜> 임대웅의 '공포 비행기', <키친> 홍지영의 '콩쥐 팥쥐',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 김곡·김선의 '앰뷸런스'까지 실력파 젊은 감독들이 의기투합으로 탄생된 웰메이드 호러무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톱스타급은 아니어도 드라마에서 익숙한 배우들의 공포 연기 또한 찰지고 볼만했다. 특히 김현수 양의 눈을 부릅뜬 모습이나, 진태현의 미친 살인마 연기, 배수빈의 냉혹한 표정과 남보라의 어그러진 질투심, 그리고 김지영 아줌씨의 사투까지.. 공포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의 힘과 비주얼은 물론 이런 생생한 연기 등으로 '무서운 이야기'는 몰입감 좋게 대중적으로 잘 흡수된 '웰메이드' 옴니버스 공포영화라 단언한다. 오랜만에 우리식 공포영화를 제대로 만난 셈이다.

그나저나, 이런 무서운 이야기를 했던 여고생은 죽었을까 살았을까.. 그게 이 영화의 엔딩이다. 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96326&mid=18082#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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