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름엔 공포영화가 제격이다. 그것도 어떤 사건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포라면 이야기는 더욱 서늘해진다. 과거 있었던 기이한 사건과 현장을 파헤치면서 조사차 나선 그 어떤 곳.. 그곳에서 조여드는 공포감은 몰입감 좋게 나름 대단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그림 조차도 사실 영화적으로 포팅돼 사람들을 홀리게 만들었으니 이른바 '페이크 다큐'라 불리는 것들이다. 공전에 히트를 친 <블래어윗치>부터 <REC>와 <파노라말 액티비티> 시리즈 등, 말 그대로 그럴싸하게 공포를 포장해서 '페이크'(Fake) 속이는 류가 그랬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포영화 <그레이브 인카운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인'은 좀더 나아가서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발견된 영상 즉 기존에 기록된 여러 영상을 조합해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 장르로써 이야기를 푼다. 과거 어디 폐쇄된 정신병원을 취재하며 발견된 영상을 통해서 시나리오가 있다는 식의 떡밥을 던진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위용 쩌는 촬영을 통해서 그 공포감을 전달하겠다는 실제같은 페이크를 쓴다. 그러니 알면서도 당하는 그 공포감에 주목하게 만들었으니, 귀신들린 죽음의 시간이 카운트된 '그레이브 인카운터'의 시놉시스는 이러하다.
폐쇄된 죽음의 정신병원, 그 충격적 비밀을 밝히기 위한 TV 리얼리티쇼가 시작된다!
어느덧 6회째를 맞은 리얼리티 TV쇼 ‘그레이브 인카운터’의 진행자인 랜스 프레스톤과 촬영팀은 도시의 폐가이자 귀신이 출몰하는 것으로 유명한 콜링우드 정신병원을 찾는다. 수십 년 전 폐쇄된 이 건물 안에서 충격적인 영상을 담기 위해 하룻밤 동안 묵으며 모든 현상을 기록해 나가던 촬영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미로처럼 변해버린 건물과 위협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급기야 촬영팀들도 한 명씩 사라지게 되고, 콜링우드 정신병원은 실제 공포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발견된 여러 개의 테잎,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충격적인 영상… 과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병원에 숨겨진 공포의 실체는 무엇인가?
영화 속 배경은 '정신병원'이다. 딱 느낌이 온다. 그냥 폐쇄된 병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공포의 소재적 배경의 단골인 '정신병원'이다. 그러면서 본 영화는 실제 그곳을 촬영하다 실종된 팀들의 편집본이라며 심각하게 포문을 연다. 나름 그럴싸하다.. 잘나가는 리얼쇼 프로그램 '그레이브 인카운터' 촬영팀은 유령이 출몰했고 과거부터 사연많은 마이애미 소재의 모 정신병원을 취재차 잠입한다. 호기좋게 실시간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며, 처음엔 이런 곳을 취재한 자신들의 무용을 스스로 쩔어하며 기분 좋아하는 일행들이었다. 하지만 시간 갈수록 유령이든 뭐든 나오지 않는 통에 실망한 나머지 이곳을 빠져나가는 순간.. 그 정신병원은 미로처럼 변해버린다. 마치 영화 '큐브'처럼 돌아도 제자리로 오는 통에 이들은 공포감에 휩싸인다. 칠흙같이 어두운 그곳에서 장비를 챙겨서 빠져나갈려지만, 어디서 괴기스런 소녀를 만나고 유령 팔뚝의 공격을 받는 등, 이들은 제대로 멘붕에 빠지고 서로가 징징대며 하나둘 목숨을 잃는다. 결국 남은 건 촬영팀의 메인인 남녀 한쌍만이 남아 모든 걸 포기하기에 이른다.
'페이크 다큐' 공포가 보여줄 수 있는 걸 짜집기한 수준의 '그레이브 인카운터'..
그리고 잠든 사이 유령이 잡아간 건지 여자까지 사라지고, 홀로 남게된 남자는 극악의 공포 속에서 체념하며 미쳐버린다. 며칠 굶은 탓인지 쥐새끼를 때려서 잡아먹는 신공까지 깔끄장한 장면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가짜 쥐가 아닐 정도로 ㄷㄷ 그렇다면, 과연 그는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었을까.. 마지막은 나름의 뭥미가 아닐 수 없다. 그 의사들은 환영인건지, 아니면 실제 존재한 것들인지, 갑자기 소리질러 들이대는 통에 깜놀했다. ㅎ
이렇게 영화는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클리셰로 점철돼 있다. 영화적 포팅이 아닌 것처럼 위장한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따르면서 자신의 모든 시나리오대로 연출한다는 소스를 드러낸 '파운드 푸티지' 방식으로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이런 극적 긴장감은 영화 내내 지배하지 못한다. 초중반까지 언제쯤 뭐가 나올까하는 건 지리할 정도로 답답한 수준이다. 그러다가 중반 이후 귀신같은 소녀가 출몰하고 나서부터 무언가 압박하는 맛이 있다. 멤버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미로 같은 그곳을 헤매며 죽는 과정 속에서 공포감을 전달한다. 귀신 소녀의 출몰이나 잘린 팔이 떠다니는 무언가 초자연적인 오컬트 현상을 보여주고, 좀비스런 모습의 괴이한 형체 등장, 나중엔 생체실험을 자행한 의사들의 모습까지, 다큐스런 공포물이 보여줄 수 있는 요소들을 짜집기한 듯한 인상이 짙다.
영화 내내 그럴싸하게 공포를 포장해 소위 깜놀시키는 기술은 한 2~3번 제대로 먹히며 주목을 끌었지만.. 그렇게 임팩트한 맛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흡사 놀이동산 '유령의 집'를 방불케 한 아니면 우리식 '폐가'를 뒤적이는 그 시간 만큼의 몰입감은 제공했다. 결국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잘 만든 호러보다는 실제처럼 위장한 '페이크 다큐' 공포물답게 그런 걸 짜집기한 수준에 그쳤다. 좀더 보여줘도 좋았을텐데.. 기다리는 데 지치게 만들고 많이 안 나와서 아쉬운 정도랄까.. 그래도 아래같은 귀신 소녀의 등장은 임팩트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깜놀이었다는 거.. ㅋ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4997&mid=18073#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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