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밤을 오싹하게 만드는 공포영화 만큼 좋은 청량제도 없다. 잔혹과 고어씬이 난무하는 그런 피칠갑의 비주얼적 공포가 있는 반면에 이야기적으로 나름 스릴감있게 펼쳐내는 공포도 있다. 주로 한국영화의 경우가 그러하지 않을까. 이야기가 내재된 근원적 공포, 보는 순간.. "헐, 이건 뭐지?"를 떠올리며 머리가 쭈볏서는 순간, 본인 스스로 간담이 서늘해짐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개봉한 <무서운 이야기>는 꽤 재밌고 괴담스런 공포영화로 다가온다. 여기에 정확히 6년전 '무서운 이야기' 타입처럼 즉, 옴니버스 형태로 4편의 공포괴담을 담은 이야기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어느날 갑자기>다. 두 영화는 꽤 닮았다. 장르적 설정도 그렇고 각각 4편 속에서 괴담의 소재성을 부각시키며 주목을 끌고 있다. 그래서 하나하나 재밌고 몰입감이 좋은 편이다. 물론 '어느날 갑자기'는 이미 봤고, 최신 개봉작 '무서운 이야기'는 조만간 볼 예정. 그럼에도 나름 공포영화 팬으로써 시놉시스만 봐도 촉(?)이 오는 게 있어 이들의 공포괴담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이른바 '옴니버스 공포대결'이라고 명명.. 그냥 재미로 봐주시면 되겠다. ~
1. 첫번째 '2월 29일'. 고속도로 톨게이트 매표원인 지연은 비 오는 날 새벽 2시가 되면 찾아오는 기분 나쁜 냄새를 품은 차량에서 내미는 티켓을 받으며 몸서리를 친다. 비오는 새벽 음습한 기운과 함께 그 검은 차가 통과하게 되면 근처 톨게이트 매표원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지연은 점점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톨게이트가 자신이 근무하는 톨게이트와 가까워 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경찰들과 함께 야간근무를 서는 어느날 비 오는 새벽, 다시금 그 검은 차량이 다가온다. (제목은 4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윤달 29일을 의미)
참하고 조근한 이미지의 처자 박은혜가 호러퀸으로 변모했다. 헛것이 보이는지 피폐해져 정신병원에 수감된 그녀는 어두운 걸 싫어한다. 고속도로 톨케이트 매표원으로 일했던 그녀에게 벌어졌던 그 어두운 밤의 끔찍한 사고.. 근처 톨게이트에서 매표원이 죽고, 자신의 지역을 통과하며 피묻은 티켓을 주었던 정체불명의 사람. 수 년 전 호송중에 차가 사고나면서 불타죽었는지 사라진 한 여자라는데.. 그 여자의 원혼이 떠돌며 4년마다 돌아오는 2월29일에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래서 지연은 그녀의 암습에 무서워하며 일상의 공포에 수시로 떤다. 이에 사건 조사차 나선 형사 임호와 함께 끝내 그날 살인마를 잡기로 하는데.. 과연 범인의 정체 무엇일까? 혹시 이건 그녀의 망상이 아니였까.. 죽어서 사라진 한 여자가 살인마가 돼서 돌아온 이 판타지한 괴담은 그녀가 보고자 한 진실 속에서 그럴듯한 거짓으로 포장된 건 아니였을까. 뫼비우스의 띠처럼.. 은혜의 표정과 마지막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아오.. 소름끼쳐.. ㅎ
2. 두번째 '네번째 층'. 여섯 살짜리 딸 주희와 새 오피스텔 5층에 입주한 민영. 단 둘이 조용히 사는데도 윗층이 시끄러워 살 수가 없다는 아랫집 남자 한창수를 비롯해 아파트 주민들의 이상한 행동과 의문의 죽음에 민영은 신경이 쓰인다. 주희도 전에 없던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민영 또한 오피스텔에서 섬찟한 여자와 마주치는 등 이사 후 정신적으로 힘들어지기만 한다. 오피스텔 때문에 주희가 병들고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확신한 민영은 스스로 파헤쳐나가기 시작하고…
전형적인 하우스 공포다. 흉가나 폐가를 소재로 한 아니면 오래된 대저택 같이 음습한 곳을 노리면서 그려내는 그런 거. 하지만 여기서 하우스는 오피스텔 배경이다. 딱히 무서울 것도 없지만, 일과 주거가 공존하는 그곳엔 무언가 섬찟한 내막이 숨어있다. 어린 딸을 사는 미시족, 이 둘을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묘한 기운이 암습한다. 그러면서 이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몇몇 이웃이 끔찍한 사고로 죽고 민영의 딸 주희마저 이상하게 변하는데.. 결국엔 집 건설과 관련된 껄끄러운 내막이 원혼이 되어 이들을 죽이게 되는 식은 아닐런지..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 '모가비'로 열연한 6년전 '김서형'의 모습과 국민여동생의 등극을 앞두고 있는 '김유정'양의 유치원생 같이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튼 지금도 그렇지만, 오피스텔은 웬지 차갑고 도회적이라서 더욱 이런 하우스 공포와 잘 어울린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깜놀 공포가 제대로다. 특히 밖이 보이는 그런 엘리베이터 말이다. ㅎ
3. 세번째 'D-Day'. 여학생 전용 재수 기숙학원에 들어와 한방을 쓰게 된 유진, 은수, 보람, 다영. 숨막히는 분위기에 적응도 힘들고 각기 다른 성격에 네 명도 원만히 지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갑갑한 학원 생활을 가장 힘들어 하는 유진에게 예전에 학원에서 있었던 일들이 환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몇 년 전 이 학원에서 있었던 끔찍한 화재사건. 유진은 점점 공포에 빠져들고 친하게 지내던 네 명 사이에도 성적 등의 문제로 금이 가기 시작한다.
디데이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입시공포에 여기 여학생들은 진짜 공포에 휩싸인다. 이미 '여고괴담' 시리즈를 통해서 익숙해진 전형적인 '학원괴담' 공포물이다. 집과 학교을 오가는 게 아닌 재수 전용 기숙학원에서 벌어지는 꽤 폐쇄적 공포를 안고 있다.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부에만 매달리는 감수성 예비한 여학생들. 네 명이 같이 숙거하면서 겪는 학원생활에 하나 둘 지쳐간다. 그러면서 한 친구가 과거 몇 년 전 이 학원에서 벌어졌던 화재사건의 환영이 보이기 시작하며 공포에 휩싸인다. 성적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금이 가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디데이를 맞게 되는데.. 지금도 스타급 배우는 아니지만 얼굴을 보면 낯설지 않은 모습의 6년 전 풋풋했던(?) 김리나와 이은성, 유호린 처자 등을 볼 수 있는 게 나름 강점(?)인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괴담 이전에 사회성이 짙은 고발극 양상을 띄고 있다.
4. 네번째 '죽음의 숲'. 우진과 정아 일행 다섯 명은 즐거운 마음으로 등산 여행을 떠난다. 산불로 인해 입산 금지된 숲에 들어서면서 세은과 준후가 다치고, 휴대폰 마저 통화권 이탈이 되는 등 일행은 난관에 부딪친다. 무당이었던 부모의 영향으로 원치 않아도 자꾸만 미래가 눈앞에 보이는 정아는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길을 잃었다가 다시 발견된 일행은 전과 다른 섬뜩한 모습을 보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에 일행은 몸서리친다. 그러다 숲의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는데, 그 끔찍한 살인의 고리는 바로 숲의 저주로 인한 것. 일행은 하나둘 좀비로 변해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하고, 정아는 이 저주의 고리를 끊기 위해 슬픈 결정을 하게 되지만......
숲 속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육의 공포물 같은 거. 그래서 그런가 시놉시스만 봐도 벌써 느낌이 온다. 친구들이 숲속으로 등산을 갔다가 길을 잃고 헤매고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서 겪는 살육의 공포전.. 그렇다면 이것은 '데드캠프'?! 그런데 위 내용에도 있듯이, 하나둘 좀비로 변해가면서 공격하는 걸 보면 웬지 낯선 그림은 아니다. 그러면서 주인공 정아가 신귀가 있어 미래를 보면서 떡밥을 미리 던지는 등, 이야기 보다는 숲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고어물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6년 전에 어떤 임팩트한 분장술로 비주얼적인 살육전을 펼칠지도 주목할 부분이지만,이런 걸 떠나서 여기 공포는 좀 별로다. 좀비스런 분장의 사투는 차치하더라도, 질질 끄는 맛이 있다. 즉 조여주는 긴장감이 없다. 무섭기 보다는 뭥미?! 더군다나 최근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철부지 남편으로 인기상한가를 치고 있는 '이종혁'의 과거 모습이 나오는데.. 당시의 발성이나 공포스런 연기가 별로라는 거. 그건 아직도 미모를 간직하며 도시적 이미지의 '소이현'도 마찬가지. 아무튼 기대에 못미친 좀비물의 아류작. 어쨌든 이 커플은 무사히 그 숲 속을 빠져나왔을까.. ㅎ
이제부턴 최신작 '무서운 이야기'다. 6년 전보다 나름 영화기술이 더욱 발전했기에 기대가 되는 옴니버스 공포물이다. '어느날 갑자기'와 같은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지만, 영화 한 편에 담아냈기에 분량은 2~30분 정도로 심플하다. 어떻게 보면 늘어지는 거 없이 곧바로 공포스럽게 그려내는 옴니버스 공포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런가, 장르가 다양하다. 집으로 소재로 한 하우스 공포,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마와 사투, 잔혹동화를 표방한 스릴러, 그리고 병원을 소재로 한 익숙한 좀비물까지 '무서운 이야기'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고 느꼈던 소재성으로 다가온다. 각각 연출한 감독이 다르듯, <기담>의 정범식, <스승의 은혜>의 임대웅, <키친>의 홍지영,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 김곡·김선까지 실력파 젊은 감독들이 의기투합으로 탄생된 웰메이드 호러무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서막은 납치된 여고생의 입을 통해서 그려진다. 아찌한테 무서운 이야기 해주면 살려주지롱.. 아니 시간을 벌기 위해서 여고생은 괴담을 막 살포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아직 안 봤음 ㅎ)
똑..똑..똑.. 물소리 너머로 들려오는 묘한 칼질 소리에 서서히 눈을 뜬 여고생(김지원).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이내 자신이 정체불명의 남자(유연석)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서서히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에 죽음의 공포를 느낀 그녀는 시간을 벌기 위해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이야기 하나_ 오누이 괴담 <해와 달>
늦은 밤, 어린 남매 둘만 남겨진 집에 울리는 초인종 소리. 엄마가 오기 전까진 절대 문을 열어선 안돼!
애들아 엄마가 올 때까지 낯선 사람한테 절대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 알았지.. 예전 고전동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애들아, 엄마가 왔다" 등에서 나온 그런 모티브로 여기 오누이는 늦은밤 집안에 갇힌다. 하지만 낯선 초인종 소리에 흉측한 몰골의 남자가 집안에 들어오면서 이 어린 남매는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이게 꿈이였다면.. 그런데 실제론 이들에게 공포가 밀려온다. 기묘한 관절꺽기 신공의 그런 귀신이 다가오는데.. 과연 이 오누이는 살 수 있을까? <도가니>로 얼굴을 알린 '김현수'양이 가뜩히나 큰 눈을 부릅뜨며 공포 연기를 제대로 선보인다. "누가 좀 살려주세요"
이야기 둘_ 고공 스릴러 <공포 비행기>
도망칠 수도, 뛰어내릴 수도 없는 3만 피트 상공 비행기 안. 연쇄 살인마와 당신, 단 둘이 남겨졌다!
보통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건 액션물이 많다. 범죄자들이 인터셉터해서 인질극을 벌이거나, 혹은 드물지만 간혹 비행기 안에 뱀이 출몰하는 기이한 영화도 있긴 했지만서도.. 여기에 연쇄 살인마와의 사투라면 이 또한 낯설지는 않다. 도망칠 수도, 뛰어내릴 수도 없는 도저히 어디로 빠져나갈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사투가 벌어진다. 최근 <인수대비>에서 연산군 역으로 폭군의 광기를 제대로 보여주었던 '진태현'이 다시 한 번 광기의 살인연기를 선보인다. 그리고 그런 미친 넘과 사투를 벌인 스튜어디스는 영화 <코리아>에서 하지원 동료 선수로 나왔던 '최윤영'이 맡았다. 과연 그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야기 셋_ 자매 잔혹사 <콩쥐, 팥쥐>
착한 콩쥐와 못된 팥쥐, 과연 진실일까? 의붓 자매의 질투와 탐욕이 만들어낸 2012년판 잔혹동화!
잔혹동화는 2000년대 들어서 새롭게 선보인 공포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직도 주목을 끄는 공포괴담 중 하나다. 03년 임수정과 문근영 주연의 <장화, 홍련>이 센세이션을 일으킬 이래로, 다소 시망했던 06년작 신세경과 도지원 주연의 <신데렐라>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의 원제를 그대로 끌어오며, 영화적 상상력에 동화를 비틀고 그 속에서 캐릭터간의 공포를 끌어낸다. '콩쥐와 팥쥐'라는 이복자매에게 질투와 욕망의 잔혹한 그림을 드리우며 자매잔혹사를 그리고 있다. 언니와 여동생이라 하기엔 그것을 뛰어넘는 탐욕의 그림자.. 남보라와 정은채 그리고 배수빈이 주인공으로 나오며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혹시 그 흔한(?) 형부를 사랑한 처제의 이야기일까.. 그렇다면 '사랑과 전쟁'판 공포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여튼 궁금하네.. ㅎ
이야기 넷_ 언데드 호러 <앰뷸런스>
치명적 좀비 바이러스를 피해 질주하는 구급차에 탑승한 유일한 생존자 5명. 이 안에 진짜 감염자가 있다!
말이 필요없다. 흔하디 흔한 좀비물이다. 치명적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도시는 좀비세상으로 변하고, 어느 구급차를 타고 도망가는 유일한 생존자들.. 그 속에서 진짜 감염자가 숨어 있어 하나둘 죽어나가며 좀비들의 추격은 계속된다. 어두운 밤거리를 무대로 벌어지는 한 여름밤의 좀비들과의 사투.. 이미 이런 그림에 익숙한 팬들에겐 다소 심심한 영화가 될 수도 있을 터. 김지영 아줌씨가 아들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사투를 벌인다니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위의 '죽음의 숲'과 비슷한 좀비물 컨셉이라면 좀더 비주얼에 신경을 써야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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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면 이들 영화 각기 4편의 에피소드 중에서 무엇이 가장 재밌고 기대될까? 강호는 <어느날 갑자기>에선 '2월 29일'이 심플하니 몰입감 좋게 공포스런 분위기 등이 괜찮았고, <무서운 이야기>에선 '콩쥐, 팥쥐'의 자매잔혹사 이야기가 가장 눈길이 가니 주목된다. 그럼, 여러분의 공포 선택은? 그나저나 이번에 개봉한 '무서운 이야기'는 동명으로 수많은 공포 이야기를 에피소를 엮은 4권의 책으로도 팔고 있던데.. 나름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끌리는 게, 심심할 때 특히 잠이 안 오는 새벽녘에 읽으면 좋을 듯 싶다. 어떻게 질러봐. 영매권도 받을 겸.. ㅎ
무서운 이야기 세트 - 전4권 - 송준의 지음/씨앤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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