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액션 영화에서 새로운 액션 배우의 등장은 나름 반가운 일이자 그것을 지켜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각인된 그런 액션 현장에서 홀연단신 가녀린 몸으로 육중한 남자들을 제압하는 맛, 근원적으로 끌리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기존에 여전사급의 섹시미를 발산하며 액션 여배우로 각인된 <툼레이더> 시리즈의 안젤리나 졸리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밀라 요보비치, 그리고 <언더월드> 시리즈의 케이트 베켄세일 등, 알다시피 낯설지 않게 액션 여배우의 아우라를 뽐낸 계보들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액션은 이른바 가공미가 들어가 있는 영화적 연출의 힘으로 뽑아낸 그림들이 다반사다. 그래서 휘황찬란하게 소위 때깔이 좋아서 때론 열광(?)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기 이름도 낯선 여배우 '지나 카리노'의 액션은 꽤 정통스럽고 고전미가 깃들여 있다. 조근조근하게 이른바 카메라웍으로 미화 시키지 않는다. 온리 롱테이크로 실제 육박전에 가까운 날것 그대로의 액션을 선보인다. 이 대목에서 이 여배우의 전직이 의심스러워진다. 그렇다. 그녀는 전직 아니 현역으로 여성 이종격투기 대회를 휩쓸며 실제 그쪽에선 알아준 격투기 출신 선수란다. 그러니 '지나 카리노'는 스크린 속에서 자신만이 장기인 격투 액션을 선보이며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와이어액션이 아닌 실제 액션, 영화 '헤이와이어'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국가는 그녀를 버렸다...아무도 믿지 마라!
'말로리 케인'(지나 카리노)은 미국 정부에 고용된 고도로 훈련된 여성 첩보요원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그녀는 억류되어있던 중국 기자를 구출해내는데 성공하고, 또 다른 극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아일랜드의 '더블린'으로 파견된다. 하지만 '더블린'에서의 계획은 빗나가고 '말로리'는 자신이 배신당했다는 것과 자신의 가족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암살자들에게 자신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당하고 있음을 직감하고 도망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만 하는데... 그녀를 노리는 이는 누구이며, 감춰진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영화 초반부터 제대로 걸려들었다. 분명 팀원인 것 같은데.. 조용히 밥이나 먹는 줄 알았지만 그녀를 해칠려다가 도리어 팀원 아론(채닝 테이텀)이 역관광을 당했다. 암바까지 쓰는 그녀에게 팔까지 꺽여 제대로 체면이 구겼으니.. 이들은 미국정부의 하청을 받는 어느 특수 임무조직의 특수요원들이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는지 대충 눈치가 까인다. 조직에 떨어진 미션, 인질 구출작전을 무사히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이후 임무에선 도리어 추적을 받고 배신당한 걸 그녀는 직감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말로리는 혼자서 이 거대한(?) 음모에 맞서 복수를 감행한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조직원들에게 통쾌한 한방을 날리며, 자신을 버렸던 국가 아니 조직원들을 상대로 그녀 방식대로 복수를 감행한다. 그게 이 영화의 주요 플롯이고 전개과정이다. 다분히 액션 첩보물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구도다. 그래서 크게 낯선 것도 없다. 대신에 이 영화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각국을 돌며 바쁘게 첩보 활동을 하는 그녀의 행동반경에 남자들이 소위 꼬인다. 물론 그녀를 도와줄 듯 싶으면서도 그녀를 제거하는 모양새지만서도.. 특히 영화중반 부부행세로 위장한 암살자 폴(마이클 패스벤더)이 동료처럼 접근한다. 그 또한 그녀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게 된 것. 여자를 죽이지 않는다는 그 신념도 돈 앞에서 무너져 말로리를 해칠려고 했지만.. 앞선 아론처럼 역관광을 당한다. 실제 보디체크가 심하게 이루어지는 육박전의 처절한 난투극 끝에 패스벤더는 그렇게 골로 가셨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와 <프로메테우스>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이 제대로 '지나 카리노' 앞에서 무너졌다. 액션이 장난이 아니야.. 맞으면 진짜 며칠은 끙끙앓을 판이다. ㅎ
(헐리웃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이완 맥그리거'와 '마이클 더글라스'옹의 존재감이 드러나긴 했지만..)
그것은 이번 사건을 주도하며 꾸몄던 코블렌즈(마이클 더글라스)와 조종자로 나선 케네스(이완 맥그리거)가 있다. 서로가 작전을 짜고 거래를 하며 무언가 한탕을 노리는 이들에게 말로리의 존재는 제거 대상 일순위가 되버렸다. 무언가 대단한 음모가 있을 듯 그리지만, 그렇게 대단해 보이진 않는다. 다만 그녀의 아버지까지 위협하는 등 숨통을 조이는 단계까지 가며 눈길을 끄는 방식이다. 몸 담았던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그녀.. 오로지 그녀의 방식대로 복수의 감행을 지켜보게 만들며 마지막으로 조종자 케네스를 응징한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듯이 맷집좋게 해안가 백사장에서 육박전 액션이 그대로 펼쳐진다. 물론 말미에 '안토리오 반데라스'까지 까메오로 등장, 그녀의 출연에 오오.. ㅎ
'지나 카리노' 장기와 매력이 돋보인 '헤이와이어', 차세대 액션 여배우로 주목!!
이렇듯 영화는 액션 첩보 스릴러로 점철되게 그려냈다. 하지만 집고 넘어갈 것은 그런 점철된 그림들이 사실 그렇게 액션너블 한다든지 소위 휘황찬란하게 연출된 그런 액션영화는 아니다. 즉 헐리웃 시스템으로 돈을 쏟은 스펙타클한 액션미학이 아닌 날것 그대로 육박전의 맨몸 액션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그런 모양새가 때론 때꾼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밋밋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인 '지나 카리노'의 액션 만큼은 충분히 볼만했다. 군살 하나 없는 다부진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맨몸의 격투기 액션은 실제 격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날것 그대로다. 영화는 그 지점을 파고든 듯 하다. 특수요원이 조직내 음모와 배신으로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은 새로운 건 아니어도, '지나'가 보여준 액션 만큼은 담백하니 솔직했다.
그런 연출은 헐리웃 초호화 캐스팅으로 케이퍼 무비를 지향했던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를 통해서 그만의 이야기와 영상미를 견지한 '스티븐 소더버그'에 의해서 다시 한번 그려졌다. 다만 이번 '헤이와이어'는 화려함 대신에 각국을 돌며 도심의 한복판이 아닌 주로 외곽을 위주로 분위기는 다소 그루미하게 조근한 스타일로 보여준 느낌이다. 마치 7~80년대 첩보물의 원형을 보듯이,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지배되는 게 아닌 맨몸의 직관적인 첩보 액션으로 그려내며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다소 생동감이 없어 무미건조해 보이는 것도 사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히로인 '지나 카라노'의 미친 존재감만은 인정해야겠다.
영화내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으며 첩보활동의 과거와 현재를 오갔다. 마치 맷 데이먼의 <본 아이텐티티> 시리즈의 여성버전을 보는 듯 싶지만 스케일적으로도 그렇고 느낌은 사뭇 다르다. 그래서 만약 이런 역에 '안젤리나 졸리'나 '밀라 요보비치'가 맡았다면 영화적으로 포팅이 되겠지만, 그녀만의 날것 그대로 담아내며 고전적 액션미학을 펼쳐 보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얼핏 외견상 '미셀 로드리게스'를 닮은 듯 보이는 게, 액션 여배우로서 자질은 차고도 넘쳐 보인다. 실제 이종격투기 출신답게 그녀의 맨몸 액션이 이 영화의 주요 관전 포인트자, 앞으로 액션 여배우로서 그녀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82년생, 나이만 조금 젊었어도.. 그래도 '지나 카리노'는 매력적이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2830&mid=17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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