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남자간의 의리는 피보다 진하다지만.. 그런 의리를 감싸며 더 진한 우정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그러면서 그 우정 뒤에 드리워진 각자의 상황들을 조망하며 둘을 충돌시키는 게 보통 우정을 표방한 영화들이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우정을 어느 누구도 터치할 수 없다는 '언터처블 : 1%의 우정'이라는 영화는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상위 !%의 백인남과 하위 1%의 흑인남의 우정.. 옛날로 치면 정말 어느 귀족과 노예가 만났을 법한 이 구도는 현시대에도 통했는지, 그들을 그렇게 만나게 하고 충돌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그런 흑인남이 아닌 같은 백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우정을 소재로 한 감동실화를 표방하면서도 실제 주인공은 흑인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다소 영악하게 그 지점을 파고든다. 바로 인종차별주의가 근저에 깔린 흑형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들 우정을 더욱 돋보이게 했으니.. 영화 '언터처블 : 1%의 우정'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상위 1% 귀족남과 하위 1% 무일푼이 만났다.
2주간의 내기로 시작된 상상초월 특별한 동거 스토리
하루 24시간 내내 돌봐주는 손길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전신불구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어느 날 우연히,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신체가 전부인 하위 1% 무일푼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를 만나게 된 그는 거침없이 자유로운 성격의 드리스에게 호기심을 느껴 특별한 내기를 제안한다. 바로 2주 동안 필립의 손발이 되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자신을 간호하며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보겠다는 것. 참을성이라곤 눈꼽 만큼도 찾아 볼 수 없던 드리스는 오기가 발동해 엉겁결에 내기를 수락한다. 이렇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극과 극, 두 남자의 예측불허 기막힌 동거가 시작 되는데…

영화는 사실 별거 없는 흔한 우정극의 양상이다.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재벌남과 그런 재벌남의 수발을 들게 된 한 남자.. 이 둘의 상황을 그려내며 전개되는 이야기가 본 영화의 기본 플롯이다. 그런데 그 상위!%의 엄청난 부자의 손발이 되준 남자는 빈민가에서 무일푼으로 허송세월하던 흑인이다. 그러니 영화는 이 흑형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색다른 지향점을 찾는 스타일이다. 흑형들의 전형적인 자유분방한 성격과 모습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전신마비 필립의 손발이 되는 그런 모습을 그대로 담는다. 주인님을 모시듯 조심하는 게 아닌, 그냥 오래된 친구를 거리낌없이 돌봐주는 그런 모양새다. 그러니 영화 자체는 암울한 게 아니 꽤 유쾌하다.
'언터처블 : 1%의 우정', 흑형 '오마 사이'의 존재감이 돋보인 유쾌한 우정극
그것은 흑형 '드리스' 역을 맡은 '오마 사이'의 리얼하면서도 자연스런 연기로 인해 이 우정극은 제대로 발현된다. 한마디로 모나지 않고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두 사람의 친밀한 우정의 현장을 그려낸다. 처음에는 그에게 있어 이런 간호가 처음인지라 실수도 하고 그랬지만, 같이 밤길을 산책하며 상념에 젖고, 미술 작품을 보러 다니고, 음악 연주회에서 춤도 추고, 또 패러글라이딩을 통해서 서로의 친밀감을 높이며, 전신마비 재벌남 '필립'에게 있어서 '드니스'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버렸다. 서로가 살아온 환경이나 태생과 성격 등이 너무나 다르지만, 둘이 함께 한 이런 동거 스토리는 그렇게 완성되며 때로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감정을 잃지 않고, 극을 이끄는 흑형 '오마 사이'의 존재감은 가히 독보적이다. 형제자매가 많이 딸린 문제아 동생과 생활고에 찌들며 동네에선 양아치스럽게 행동하지만.. 필립을 대할 때면 그런 모습에 감춰진 따뜻한 본성을 드러내며 진심으로 그 남자에게 다가간다. 그러니 본 영화에서 '드리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섹시한 여자 집사에게 대시하는 등 흑형 자체의 남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모습은 있는 그대로다. 그렇기에 본 영화는 흑형을 통해서 더욱더 그 우정의 현장을 돋보이게 한다. 만약에 흑인이 아닌 백인이었다면.. 본 영화는 그렇게 화제거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인종차별주의 근저에 깔린 양극의 지점에서 표출된 양상이라 하더라도.. 우정의 감동실화는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서 완성되는 게 아니였나 싶다.
혹시라도 '오마 사이'가 백인이었다면.. 이 영화는 1%의 우정이 아닌 흔하거나 밋밋한 우정이 됐겠지만, 그가 흑인이었기에 더욱 빛나고 돋보였던 유쾌한 우정극으로서 영화는 또 다른 드마라를 완성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실화 속 실제 주인공은 흑인이 아닌 중남미 스타일의 남자인 것을 보여주며 영화 말미에 나오는데.. '언터처블'은 보기좋게 색깔을 입혀서 보기드문 1%의 우정을 제대로 담아냈다. 감히 어느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터치할 수 없는 상위 1%의 백인 귀족남과 하위 1%의 무일푼 흑인남의 동거는 그래서 더욱 볼만해진 레시피로 다가온다. 그 중심에는 흑형 '오마 사이'의 미친 존재감이 있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이 유쾌한 우정극의 맛은 제대로 살았음이다. 역시 흑형들의 아우라란.. 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7566&mid=17248

[#ALLBLET|1163#]
tag : 이글루스투데이, 영화리뷰, 언터처블1프로의우정, 흑형, 흑인과백인, 인종차별주의, 우정극, 감동실화, 인생드라마, 오마사이, 연기력, 볼만하다, 나름수작, 흑형의아우라, 프랑수아클로제, 나름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