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화산물 중 하나인 '영화'라는 게 그 내용을 가지고 의례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본연의 장르들이 갖고 있는 기존의 플롯들.. 액션이면 어떻고 판타지면 어떻게 또 드라마나 멜로면 어떻고, 다들 봐온대로 쌓여온 이미지대로 영화전문가를 떠나서 생각나는 그림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이 영화 '크로니클'도 그러했다. 개봉한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저간에 쏟아낸 평들과 리뷰를 애써 무시했다. 아니 보질 않았다. 분명 이 영화는 모냥 빠진 고딩 삼총사들의 병맛스런 초능력기를 다룬 이야기일 터. 굳히 땡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언가 낌새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냥 흔한 초능력 영화라고 보기엔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렸지만 강호에게 끌리기 시작한 거.
그래서 런닝타임이 90분도 채 안되는 이 영화를 짬을 내서 봤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런 그림은 초중반에 풀어냈고 중반 이후 후반으로 달려갈수록 몰입도는 급상승해 웬지 서글퍼진다. 나만 그랬나?! 주인공 앤드류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그런 것일까.. 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소싯적 모습을 닮은 핸섬가이 '앤드류'는 집이나 학교에서 루저로 전락해 그 초능력의 궁극에서 온몸을 산화했던 것일까? 분명 초능력을 다룬 영화임에도 그 캐릭터에게 몰입할 수 있었던 건, 28살의 젊은 감독 '조쉬 트랭크'의 독특하고 색다른 연출력의 힘이라고 봐야할까.. 개인적으로 이래저래 나름의 여운을 남겨주었던 초능력 영화 '크로니클'.. 먼저 시놉시스는 이러하다.
"초능력을 가진 자가 모두 영웅은 아니다"
먼저, 위의 부제스러운 제목이 이 영화 '크로니클'을 대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분명 초능력을 다룬 이야기임에도 그 초능력을 가진 자들을 영웅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헐리웃이 지향해오며 영화적으로 포팅된 슈퍼히어로물과는 천양지차다. 그렇다. 그들은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다만 평범한 속에 주인공 앤드류의 가정환경은 좋지 않다. 어머니는 불치병에 몸져누웠고, 소방관 일을 하다가 사고로 퇴직, 술독에 빠져사는 아버지는 그에게 폭압적으로 대하는 웬수일 뿐이다. 그에게 가정은 골방에 쳐박혀서 캠코더로 일상이나 찍으며 허송세월하는 그런 곳이다. 그러니 학교에서도 별 볼일 없는 아이로 통하던 앤드류.. 하지만 어느날 사촌 맷과 함께 파티장에 갔다가 흑인친구 스티브를 만나서 어느 땅굴 아지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 속으로 들어간 모험심 강한 세 명의 고딩들..
어디 에이리언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 그곳에서 갑자기 전기파가 흐르면서 섬광이 번쩍이더니 카메라가 뒤틀리고 까메진 화면.. 이후론 그들은 초능력자가 됐다. 왜 됐냐고 하면 그 내막은 모른다. 넘어가자. 어쨌든 세 명은 이때부터 초능력이 생겼다. 처음엔 지들도 신기하고 해서 유리캘라 식으로 물건도 구부리고 이동시키는 등, 작은 초능력 짓거리에 히히덕거린다. 암, 나 같아도 신기하겠지..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레거시는 커지고 급기야 하늘까지 날게 된다. 저 하늘 높이 떠 있는 구름 속에서 럭비공을 던지며 노는 아이들.. 세상을 다 가진마냥 좋아라 한다. (감독이 어느 날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구름을 보고서, 그 속에서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면 어떨까 하는 공상으로 만들어진 씬..)
그런데 초능력을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만 가면서 앤드류가 변해간다. 가정내에서 엄마의 병수발과 아비의 폭압에 견디다 못해 대판 싸우고, 집을 뛰쳐나온 앤드류는 그 대상을 사회를 향해 분노의 레거시를 폭발시킨다. 결국 도시는 쑥대밭에 초토화가 되고, 이를 보다못한 사촌 맷이 달려와 막으려고 하지만 이미 통제 불가능 상태.. 과연 앤드류가 미친듯 내지른 초능력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 것인가.. 그 분노의 레거시는 그렇게 광폭하게 발현만 되고 끝일까? 그렇다면 나름 중요한 속편은 있는 걸까?!
(우주의 삼라만상 원리를 깨닫는 순간.. 앤드류는 '약육강식'의 법칙으로 초능력을 발현시킨다.)
병맛스런 초능력물인 줄 알았는데.. 꽤 의미심장한 리얼 초능력기 '크로니클'
이렇듯 본 영화는 온리 '초능력'을 다룬 SF 액션물이다. 그런데 기존의 SF 초능력 슈퍼히어로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적 포팅이 아닌 나름 리얼한 기법이라는 1인칭 시점, 즉 주인공이 자신의 카메라로 찍으면서 극을 이끌어 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영화 팬이라면 알다시피 그 유명한 '블레어 윗치'나 '클로버 필드' 그리고 'REC'등.. 무진장 카메라웍을 흔들어대며 소위 멀미나게 만드는 기법들처럼 그려낸다. 그렇다고 심하게 어지러울 정도는 아니다. 이른바 이것은 '페이크 다큐' 류인데 실제 같은 리얼 스토리를 가장한 영화적 이야기로 보면 될 터. 주인공 '앤드류'가 워낙 캠코터에 취미가 심취해서 그렇지.. 어찌보면 감독은 앤드류를 통해서 극을 전개시켜 나갈 뿐이다.
그러면서 이들이 초능력을 얻고 그것을 펼쳐 보이는 장면들은 꽤 생생하면서도 리얼하다. 크고 작은 물건들의 이동은 물론, 차를 짜부시키거나 하늘을 날고, 급기야 차와 도시 건물을 수없이 폭파시키는 등, 그 강도는 갈수록 세게 발현이 된다.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속으론 "애들이 장난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름 레알이자, 이 영화의 비주얼적 재미다. 초능력 영화임을 알고 봤다면 기대치는 '어떤 초능력을 부릴까'에 초점을 맞추며 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크로니클'은 그런 초점도 맞추면서 앤드류라는 소년의 상황 설정을 통해서 그의 캐릭터에 주목시킨다. 초능력을 얻었다 해서 사회의 정의실현 구현을 위해서 악을 처단하고 나서는 흔한 영웅적 모습이 아닌, 그저 그런 능력에 신기해다가 갈수록 아빠와의 폭압적 갈등 속에서 주인공이 악마적으로 변모하는 모습에도 포커스를 맞추며 앤드류를 심하게 흔들어된다. 나중에 통제가 안되는 초능력 때문에 친구간에도 불협화음이 나듯이, 그 과정 또한 리얼리티가 묻어난다.
그래서 이 영화 '크로니클'은 진부하면서 뻔한 슈퍼히어로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기존 헐리웃식 초능력물의 틀을 깨고 이해갈만한 캐릭터의 요소와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초능력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색다르고 독특한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초능력 자체가 리얼리티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영화에서 그려낸 그런 레거시의 현장들은 앤드류에게 이입된 생생하고 놀라운 경험이기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이른바 '블레어 윗치'스럽게 찍으면서도 '엑스맨'처럼 활보하는 영웅의 등극이 아닌, 여기 세 명의 고딩 초능력자들은 그저 그들의 색다른 경험을 즐겼을 뿐이다. 다만 앤드류가 문제를 일으켜서 그런 것인지.. 이들의 초능력기는 병맛도 아니거니와 나름 와닿게 그려낸 일종의 SF 드라마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2편도 나온다면 기대해 본다. 그렇다면 그땐 누가 주인공을 할까나.. 배경은 티벳인가..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6507&mid=17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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