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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링, 늑대개에 묻힌 흔한 연쇄살인 수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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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늑대개'를 소재로 한 색다른 범죄물이 있어 개봉 이후 연일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가 있다. 여기에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 '송강호'와 전작 '푸른 소금'의 '신세경'처럼 송 선배에게 묻어갈려는(?)는 듯 '이나영'이 나선 조합으로 눈길을 끌고 있으니, 영화 '하울링'이 그것이다. 벌써 제목부터가 무언가 미스터리한 게, 단박에 느낌이 오질 않는다. 무슨 집을 뜻하는 하우징? 그건 아니고.. ;; 여기서 '하울링'(howling)은 사전적으로는 '울부짖는, 휘몰아치는, 극심한'을 뜻하는 동시에 음향 기계에서 소리가 증폭돼 출력되는 현상이나 들짐승의 울음 소리를 의미하는 거. 고로 여기서 '하울링'은 직관적으로 늑대개의 울부짖음으로 보면 되겠다. 아니면 그 이상의 그것..

어쨌든 이 영화에 관심이 1g이라도 있어서 예고편을 좀 봤다면.. 이 영화는 전대미문의 늑대개 연쇄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범죄물이다. 그러면서 형사로 분전한 두 주연배우 송강호와 이나영의 활약상을 담아내며, 범인을 쫓고 잡으며 종국엔 범죄 수사 드라마로 천착하는 그런 류의 영화다. 특히나 밀도감 있는 연출력으로 그만의 색깔이 뚜렷한 '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주목을 끌었는데.. 전작들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와 2006년 <비열한 거리>의 계보를 잇는 도시 3부작 완결편으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여기에 감독 스스로 각본까지 맡았다니,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을 터. 하지만 영화는 개봉한 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그 열정과 애정이 조금은 혹평을 받는 느낌이다.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는 평들이 많은 것 같은데.. 강호가 보기에도 그런 구석들이 좀 보였다는 거.

그렇다면 도심을 공포로 몰아넣은 늑대개 연쇄 살인사건은 어떠했는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의문의 연쇄 살인… 단서는 짐승의 이빨자국뿐… 놈의 살인에는 이유가 있다.

승진 때마다 후배에게 밀리는 강력계 만년 형사 ‘상길(송강호)’. 어느 날 그에게 고과도 낮은 분신 자살 사건과 함께 순찰대 출신의 새파란 신참 여형사 ‘은영(이나영)’까지 파트너로 떠맡겨진다. 상길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사를 시작하지만 조사 결과 이는 정교하게 제작된 시한벨트발화장치에 의한 계획된 살인임을 알아낸다. 상길은 승진 욕심에 상부에 보고도 않은 채 독단적인 수사에 나서고 은영은 사체에서 발견된 짐승의 이빨자국에 주목하지만 상길은 은영의 의견을 무시할 뿐이다. 그러던 중 짐승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은영은 지난번과 이번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사건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독 수사를 감행하는 상길과 어쩔 수 없이 상길을 따라야 하는 은영. 마침내 두 사람은 피해자들의 몸에 공통된 이빨자국이 늑대와 개의 혼혈인 늑대개의 것임을 그리고 피해자들이 과거 서로 알던 사이였음을 밝혀 내는데……  늑대개는 대체 왜 이들을 살해한 것일까?


(하울링의 실질적인 주인공 늑대개 질풍이.. 녀석의 공격성도 그렇지만.. 넌 눈빛이 살아 있구나..ㅎ)

이 시놉시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간단히 말해서 영화 하울링은 승진에 목말라 사건에 집착하는 형사 상길(송강호)과 사건 뒤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려는 신참 형사 은영(이나영)이 늑대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범죄 수사물이다. 그리고 여기서 사람을 죽인 범인은 바로 보시다시피 '늑대개'다. 오리지널 늑대도 아니고 그냥 개도 아닌, 두 종자가 교배해서 만들어진 '늑대개'.. 우선 그렇게 출연한 늑대개의 아우라는 좋은 편이다. '리암 니슨' 주연의 혹한 속 사투를 다룬 영화 '더 그레이'에서 나온 야생 늑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무언가 눈빛으로 주고 받듯, 여기 늑대개 '질풍이'는 그렇게 여주인공 은영과도 과거 자신을 키워주었던 주인집 딸내미 정아와도 교감하는 게.. 분명 수컷일게다. ㅎ

아무튼 이 넘이 사람들을 연쇄적으로 죽인 범인은 맞다. 그렇다면 이 질풍이를 잡으면 그만일까? 그런데 아무리 영특한 동물일지라도, 이게 판타지가 아닌 이상, 그걸 조종하는 사람이 있는 한, 이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 또한 사람인 건 당연하다. 차량내 갑자기 불이 나서 타죽었던 사람, 밤길을 가다가 목을 물려 죽은 사람, 10대 소녀들을 차에 가득 싣고 잠깐 내렸다가 물려 죽은 여자 등.. 이들 죽음에는 무언의 연관성과 고리가 있다는 거. 바로 죽은 자들이 한통속의 범죄자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늑대개는 그들을 처단하는 응징자 퍼니셔인가.. 그렇다. 이 늑대개는 복수를 위해서 살해도구로 활용된 매개체일 뿐이다.(이건 알다시피 스포일러가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 늑대개 질풍이를 후반부에 많이 할애하며 일종의 동물애호적인 휴머니즘까지 보이고 있다.


(연쇄살인 사건 해결을 위해서 탐문 수사는 물론 잠복근무는 기본.. 그러다 둘은 사랑할라?!)

아무튼 이런 연쇄살인 사건 중심에 '늑대개'가 있다는 것을 중심으로, 두 주인공 상길과 은영은 사건 순서를 밟듯 탐문을 펼치며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간다. 그런 과정에서 단독으로 이 사건을 따서 승진을 노렸던 상길과 은영의 티격태격하는 다툼이 자주 펼쳐지고, 이것을 관내에서 알게 되면서 둘의 입지가 좁아지는 등, 한마디로 일선 현장에서 펼치는 수사의 리얼리티를 담아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정말 영화적으로 색깔을 입히는 게 아니라, 생계형 형사의 촉을 발휘하는 짬밥수사의 달인 송강호와 신참 여형사의 집념수사로 대변된 이나영의 호흡이 잘 맞으며 주목을 끌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앙상블적 시너지는 아니고, 기본 정도의 느낌이다. 그래도 이나영은 전작 '푸른소금'에서 송강호와 함께한 '신세경'보다는 분명 연기의 리얼리티가 묻어나는 느낌이다. 다만.. 그녀 또한 목소리가 아킬레스건.. ;;

어쨌든 감추고 숨겨오듯 진행한 수사 때문에 관내에서 욕도 처먹고, 더군다나 은영은 직장내 성희롱은 물론, 한낱 신참 여경 주제에 활보치며 돌아다니는 꼴을 못봐주는 강력계 선배들, 특히 '이성민'(나름 조연급에서 알아주는 그 배우)의 눈초리를 계속 받으며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종국엔 늑대개를 조정하는 사람의 정체를 알아낸다. 그런데 그 사람의 집이 방화로 불타면서 늑대개를 눈 앞에서 마주친 은영 또한 위기에 처하며 사건은 종국을 향해 달려간다. 주인의 명령에 따라 사람들을 죽였던 그 늑대개 질풍이는 이젠 혼자서 마지막 범죄자를 응징하려 내달리는데.. 그러면서 그 질풍이를 쫓는 은영.. 결국 영화는 둘의 교감에 초점을 맞추며 범죄 수사극에 방점을 찍는다. 역시 개코가 무서운기라.. 범인의 은신처도 단박에 알아내다니.. ㅎ


(신참내기 고독한 스타일로 분전한 여형사 이나영.. 나름 열연을 펼쳤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있다.)

하울링, '늑대개' 소재에 묻어가며 묻혀버린 별거없는 연쇄살인 수사극.. 

이렇게 영화는 늑대개를 소재로 한 연쇄살인 범죄 수사극의 양상을 띈 전형적인 범죄물이다. 늑대개라는 소재 때문에 다소 참신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간에 영화에서 동물이 살인도구로 차용되는 걸 한둘이 아닌 걸 봤다면, 그렇게 특별한 소재는 아니다. 대신에 판타지한 게 아니라, 이 영화는 꽤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느낌이다. 그 늑대개의 모습이나 출현, 그 녀석이 사람을 물어뜯는 장면들이 나름 섬뜩할 정도다. 그리고 여기에 수사를 펼치는 형사들의 활약이 영화적인 포팅이 아닌, 말 그대로 탐문 수사하는 과정에서 가오만 잡는 게 아니라, 실제 그렇게 할 듯한 그림들로 놓치기도 하고 허탕치고 자빠지는 등, 실제 검거 현장들은 와 닿는다. 한마디로 현장 리얼리티는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관내 형사들의 조직 문화도 나름 리얼한 게, 이성민이 역시나 제대로다.

그럼에도 문제는 이 영화의 이야기의 초점이 확고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마치 이야기를 하다만 느낌처럼 초반에는 연쇄살인 사건의 주범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나름 디테일을 살려서 그려내다가, 어느 순간 임기웅변식으로 해결하는 모습으로 치닫는다. 바로 '늑대개'의 존재를 중반에 개입시키며 이후에는 그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등, 수사극으로써 사건의 응집력을 잃고 치밀함도 떨어져 보인다. 더군다나 버디무비식 두 형사의 그 어떤 시너지도 안 보였다는 점이다. 송강호는 그냥 그 스타일대로 기본적인 느낌에다, 이나영은 마지막 액션씬에서 몸을 사라지 않는 연기를 하며 여성 형사물로써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마저도 영화에 몰입을 방해하는 그녀만의 나레이션이 문제다. 마지막에 그런 독백은 안 넣었으면 좋았을텐데.. 좀 촌스러워 보인다. 마치 '푸른 소금'에서 신세경의 "아저씨 나 좋아하지.." 대사처럼 오버랩되는 과도한 감정의 노출이 아닌가 싶다. 이혼한 고독녀 스타일이라서 그런가.. ;;

그래도 영화는 나름 볼만하고 오락적인 요소도 충분한 장르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마치 '차우' 스타일의 괴수물처럼 늑대개의 출현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그를 조정하는 범인을 쫓는 수사극로써 볼만한 요소는 있다. 그러면서 범죄를 저지르게 된 그 범인 조차도 또 다른 피해자였기에.. 이런 복수극의 범죄 드라마로 치환돼 마약이나 성매매 등 부조리한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하지만 던지는 그 강도가 다소 약한 편. 그것은 보면 알겠지만.. 어쨌든 기대를 나름 한 영화였는데, 그 기대가 늑대개에 묻어가며 묻혀버린 흔한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극으로 전개되고, 결국엔 그것을 풀어내는 묘미에 있어서 임팩트도 없이 아쉬움을 남긴 영화 '하울링'.. 송강호의 대표적 필모그래피 중 하나인 '살인의 추억' 이후 9년 만에 형사 복귀작이라는 이 영화는.. 그렇게 '늑대개'에 묻혀서 빛을 내기도 전에 묻히고 말았다. 그래도 볼만은 했다는 거.

그나저나 송형, 이나영급의 여형사라면.. 난 매일 잠복근무하겠구만.. 역시 이뻐..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1128&mid=1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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