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밤10시대 수목드라마로 포진된 삼연타 로맨스물(내생애 봄날, 아이언맨, 내게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가 크게 주목받지 못한 가운데, 이은 후속 작품들은 사정이 확 달라졌다. 특이하고 다양한 소재를 앞세워 나름의 재미와 작품성을 앞세워, 다시 수목대전 흥행에 불을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관전 포인트를 간단히 살펴본다.
미스터백 (11/5~ 16부작) : 돈· 지위· 명예 어느 것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재벌회장 70대 노인 '최고봉'이 어느 날 우연한 사고로 30대로 젊어져,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짜 사랑의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는 좌충우돌 판타지 코미디 로맨스.
로코물의 또 다른 확장으로 70대 노인과 젊은 처자와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그럼 은교의 드라마판?! 여기서 노인은 판타지하게 하루 아침에 젊은 남자로 변신하게 되고, 젊은 여자와 좌충우돌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와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권선징악형 '착한' 드라마의 전형성을 갖춘다. 여러 말이 필요 없이, 두 주인공으로 나선 장나라 특유의 로코 기질과 하균신이 보여주는 최고봉과 최신형을 오가는 블랙 코미디한 연기는 백미다. 과거 영화 '더 게임'에서도 노인 분장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의 활약이 드라마의 8할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커 보인다. 최근엔 숨겨진 자식 최신형으로 나섰다가 졸지에 쫓겨나 은하수 집에 들어가, 최씨 일가와 선전포고를 준비중이다. 현재 수목극 1위 수성에서 밀려났지만, 재밌게 볼만하다.
피노키오(11/12~ 20부작) : 드라마에서 교복만 입었다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두 배우가 만났으니, 이견이 없다. '상속자들'에 이은 박신혜와 '너목들'과 '닥터 이방인'에 이은 이종석의 앙상블. 가히 폭발적이다. 벌써부터 흥행에 성공한 '너목들2'가 될 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4회 만에 수목극 1위로 올라섰다.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증후군(가상 설정)을 가진 섬소녀와 졸지에 삼촌이 된 동갑내기 섬소년의 청춘 멜로 성장극이다. 여기엔 주인공 소년 달포네 가족이 언론의 자극적인 여론몰이용 보도로 엄마마저 자살하는 등 풍비박산 난 사연이 있다. 달포는 그런 아픔을 갖고 명석한 두뇌로 사회부 기자가 되고, 인하와 함께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이것이 피노키오의 메인 콘셉트다. 일단 재밌다. 아이들이 같이 보기에도 무리없이 달달하고 풋풋하며 코믹함과 언론의 이면을 고발하는 진정성까지,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잘 조합시킨 총체적인 작품이 될 듯 싶다.
왕의 얼굴(11/19~ 24부작) : 서자 출신으로 세자에 올라 16년간 폐위와 살해 위협에 시달렸던 광해가 관상을 무기 삼아 운명을 극복하고,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드라마.
'아이언맨' 후속으로 수목대전 판도에 뒤늦게 끼어들었다. 이미 알다시피, 영화 '관상'의 소재와 비슷하다고 분쟁이 일었던 그 드라마 '왕의 얼굴'이다. 일단 KBS의 승소로 정상적으로 방영되었는데... 나름 볼만하다. 조선 건국때부터 관상과 관련된 '용안비서'라는 가상의 아이템을 설정하고, 선조시대를 배경으로 세자 광해가 왕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퓨전시켜 잘 그리고 있다. 의심이 많고 문제 많은 군주 선조 역에 이성재는 '구가의 서' 악역 조관웅의 또 다른 버전으로 주목을 끌었다. 광해 역 서인국 또한 의외로 제격이다. 왕실에 들어가게 될 김가희 역에 조윤희 또한 남장여자로 시작해 활약을 예고한다. 여기에 1589년 정여립 역모 사건을 소상히 다루며 눈길을 끌었다. 정여립 역에 최철호와 그의 수하이자 야심가로 나선 (국민사이코) 신성록이 포진한다. 송강 정철 역 주진모 또한 서인의 영수이자 동인킬러로 나서 역사적 재미를 안긴다. 팩트의 기반 위에서 퓨전사극이 보여줄 수 있는 걸 아우르는 괜찮은 사극드라마가 나와 볼만해졌다. 3개 중 아직은 꼴찌지만 나름 치고 나갈 여지는 있을 듯.
그만큼 수목대전은 다시 뜨거워지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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