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화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가 요즈음 나름 화제다. 드디어 본격적인 로맨스에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며 주목을 끌고 있는 것. 그런데 여기서 로맨스는 십대들의 순수하고 풋풋함도 아닌, 2~30대의 연애의 목적을(?) 위한 로맨스도 아니다. '탐하지 말 것을 탐한' 다소 발칙한 주제어로 위기의 두 부부를 전면에 내세운다. 자신의 배우자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상대편 배우자에게 눈독을 들이는, 이른바 '불륜' 코드가 내재돼 있는 것. 하지만 이들의 불륜은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육체적인 선이 아닌, 이웃으로 알고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이끌리는, 정신적으로 동요가 되는 조금한 아슬아슬한 감정들이 주를 이루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제(4일) 방영된 7화가 그러했다. 지난 주 6회 마무리에서 이어진 시퀀스 중 하나. 광고 대행 업무 차 비지니스 관계로 알게 된 채송하와 민부장은 결국 서로를 안으며 다독거렸다. 광고 PT 입찰 경쟁에서 채팀장에게 내부정보를 흘린 민부장은 사내 감찰을 받으면서 직장 생활 최대 위기를 맞이했고, 채송하 역시 자신 때문에 서로가 궁지로 몰리면서 워킹맘으로 버텨온 그간의 마음들이 심란해졌다. 늦은 저녁, 민부장 차에서 내려 먼 발치에서 안쓰럽게 훔쳐본 송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일적인 관계로 만나면서 이렇게까지 가고 올 줄이야. 애정을 느끼기도 전에 이미 적과의 동침은 시작된 셈이다.
한편, 송하의 남편 안선규도 마찬가지다. 병원 내에서 심지가 굳은 '착한' 의사로 일해왔지만, 실적을 우선시하는 병원 방침 때문에 자리가 위태로울 지경이다. '마누라성 발기부전'으로 몇 번 굴욕을 맛본 선규는 일하는 아내를 둔 덕분에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다. 가정의 보금자리 집을 지키고 가꿀 줄 아는 음식 솜씨가 좋은 옆집 여자 홍경주에게 끌린 것. 몇 번의 음식을 대접 받고선 눈물까지 흘리며 극찬해 마지 않았다. 자신의 아내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자, 조신하고 살림도 잘하는 내조의 여왕 같은 홍경주를 통해서 새로운 감정이 싹트는 지점이다. 과거 레지던트 시절 경주는 간호사였지만 선규는 그녀를 알아 보질 못한다. 경주는 그런 안 선생에게 의도하듯 서서히 접근하고 있다. 왜, 무엇 때문에...
'네 이웃의 아내'는 결혼 17년 차에 찾아온 두 부부의 두근두근 로맨스가 관통하는 이야기다. 아이들도 다 컸고 중년에 들어서기 전, 이젠 서로의 표정만 봐도 다 알 것 같은 부부의 모습들이 그대로 투영된다. 남들에게 말 못할 부부의 은밀한 사생활은 물론, 일상 속에서 어떻게 지내고 충돌하는지 사소한 것까지 담아낸다. 일견 '사랑과 전쟁-부부클리닉'의 리얼 확장판이란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코믹한 상황까지 순간 뿜게 만들고, 미스터리한 사건까지 맥거핀처럼 활용해 그려넣는 특기까지 선보인다. 이런 다양한 장르가 장착된 부부생활 본격탐구 드라마가 기존에 있었는지 묻고 싶을 정도. 소위 "애들은 가라." 식의 리얼 부부생활 탐구가 모토이자, 이 땅의 부부들에게 리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로 볼거리를 매회 선사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본 드라마의 소재 자체가 백프로 환영받는 건 아니다. 누구는 역시나 흔한 '불륜'이지 않는가, 하며 반문할 수 있다. 제목부터가 어찌 보면 자극적일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 십계명에도 나온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했거늘. 현대 사회에선 이건 엄염한 간통 범죄다. 그러나 드라마는 두근거리고 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심정으로 두 부부의 크로스 로맨스를 그린다는 방침이다. 소위 '막장' 코드로 점철된 것이 아닌, 부부라면 살면서 한 번쯤 배우자에게 속앓이를 하면서 느꼈을 대비된 감정선을 드라마가 대신해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렇게 상대편 배우자를 맘에 두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려는 순간 위기는 찾아온다. 지금 '네 이웃의 아내'는 그 지점의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4인 4색으로 무장한 두 부부의 캐릭터를 선보인 염정아와 김유석, 정준호와 신은경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이 대단히 좋다. 캐리어우먼이자 워킹맘의 실체 채송하 역 염정아는 집과 일터에서 고군분투, 그런 아내가 안쓰러워 챙겨주고 싶어도 아내의 얼굴만 보면 그게 안 된다는 착한 의사 김유석,(남의 여자다. 내 여자가 아니다. 다른 여자다ㅋㅋ) 집에선 가부장적으로 아내를 하녀 부리듯 대하는 밖에선 젠틀맨로 통하는 민상식 부장의 정준호, 그리고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 홍경주. 남편 민부장에게 고분고분하면서도 서늘한 흉기를 감추고 사는 듯 묘한 기운이 신은경을 통해서 매회 제대로 발산되고 있다. 6화에서 긴 머리를 자르고 단발머리로 턴 힐을 시도한 그녀. 존경해마지 않던 안 선생에게 접근하며 묘한 감정을 품는 동시에, 몰상식한 민상식 남편과 이웃집 여자 채송하에 대한 증오가 언제 폭발할지 모를 일이다. 이 점이 앞으로 '네 이웃의 아내'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터. 물론 그 전에 직장에서 쫓겨날 궁지로 몰린 민부장과 채송하가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가며 서로에게 이끌릴지, 이들 부부에게 닥친 위기의 크로스 로맨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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