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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자들, 코믹 벗은 임창정과 잔혹한 사회 고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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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있어 연기력이 생명이라면 그 생명력을 담보하는 건 배우만의 이미지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안 좋은 쪽으로 고착화되면 그것 만큼 고생도 없다. 일단 그 사람의 연기를 바라보는 관객들 입장에서도 선입견이 들어가 소위 '뻔해'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건 알다시피, 가수가 아닌 이젠 배우라는 타이틀이 낯설지 않는 '임창정' 니꼬르 '코믹'이라는 등식의 인장이다. 충무로판에서 그가 찍은 수십 여 편의 영화들을 열거하지 않아도, 그의 주류작들은 '로맨틱 코미디'물 위주로 스크린을 넘나들었다. 웃기고 모냥 빠지게 때로는 종국엔 감동을 안겨주는데도 그는 코믹을 선사했다. 그게 그만의 장기였다. 하지만 오래 갈수록 또 반복될수록 식상할 수밖에 없는 지독한 매너리즘에 빠지며, 그 스스로도 시인했던 문제였다.

그리고 임창정은 이번에 과감히 도전했다. 설령 최민식의 미친 광기를 보여주었던 <악마는 보았다> 급은 아닐지라도, 액션과 스릴러 사이를 오가는 무게감 있게 나름 센 영화로 돌아왔으니 그게 바로 <공모자들>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선 '임창정'을 언급하진 않고는 애당초 말이 되질 않는다. 왜? 앞에서 썰을 풀었듯이, 그가 말 그대로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과감히 변신했기 때문이다. 즉 코믹을 벗어던지고 범죄 스릴러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변신은 성공적이었을까? 사실 그런 기대와 우려 속에서 시사회를 통해본 '공모자들'이었고, 그것은 나름 성공적이라 자평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그의 팬도 아닌 솔직한 평이 그렇다는 거다. 보신 분들은 안 그런가..



심장 8억, 간 4억, 신장 3억 5천…
여객선이 공해상으로 진입하는 순간, 그들의 ‘작업’이 시작된다!

여행을 떠나는 수 많은 인파 속 중국 웨이하이행 여객선에 오른 상호(최다니엘 扮) 채희(정지윤 扮). 둘만의 첫 여행으로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그날 밤, 상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출구 없는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여객선 안에서 아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여행 중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도, 아내의 물건도 모두 사라진 것! 게다가 탑승객 명단에조차 아내의 이름이 없다. 한편, 장기밀매 현장총책이자 업계 최고의 실력자인 영규(임창정 扮)는 설계자 동배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출장 전문 외과의 경재(오달수 扮), 운반책 준식, 망잡이 대웅과 함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세관원 매수에서부터 작업물 운반까지 극비리에 진행되는 작업.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긴장 속, 작업대 위 ‘물건’을 확인한 영규는 충격에 휩싸인다. 과거 자신이 알았던 채희가 그 곳에 있었던 것! 이제 웨이하이까지 남은 시간은 단 6시간!  아내를 찾아 나선 상호의 집요한 추적은 시작되고, 영규는 채희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는데… 

올 여름, 당신의 심장을 노리는 그들이 온다!



위 시놉시스에서 보듯이 영화는 한마디로 장기밀매를 다루고 있는 범죄물로서 고발 형태의 사회극 양상을 띄고 있다. 그런데 그 장기밀매라는 게, 육지도 아닌 바다 가운데 떠있는 선상에서 적출 작업이 이루어진다는 나름 센세이션널한 코드로 주목을 끄는 방식이다. 실제 김홍선 감독이 수년전 사건 실화(한 신혼부부가 중국여행 중 아내가 납치, 두달 후 장기가 모두 사라진 채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모티브로 했다는 전언처럼, 선상의 사우나에서 이들 공모자들은 무식하게도 젊은 부인의 배를 갈라 심장을 내다 파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나름의 충격파다. 물론 그런 충격을 다소 완화시킨(?) 오달수 형님의 출장전문 외과의 캐릭터는 극을 다소 가볍게 만들긴 했어도, 워낙 그간에 맡은 배역들의 이미지가 사이코스런 모습인지라 흡사 영화 <구타유발자들>에서 나온 그런 캐릭터라 보면 딱이지 싶다. 위 포스터만 봐도 느낌이 오지 않는가.. 본 영화에선 또 적나라한(?) 베드씬까지 나오는 등, 헤어누드는 편집돼 안 나왔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박쥐>에 누구처럼 나오면 곤란하다는 거. 여자도 아니고.. ;;



어쨌든 신혼의 단꿈을 안고 중국여행을 가던 젊은 부부의 아내가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납치돼 죽을 위기에 처했다. 이에 남편 최다니엘은 혼비백산해 백방으로 아내 찾기에 나선다. 다리가 아픈 장애인이어서 휠체어를 탔던 여자인지라, 어디를 갈 수도 없는데.. 귀신도 모르게 사라졌으니 미칠 노릇. 찾는 과정에서 몸이 아픈 아빠 수술차 중국으로 가는 이 배에 탔던 조윤희의 도움을 중간에 받지만, 끝내 아내는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 아내의 가슴은 결국 칼로 난도질당해 버려졌을지도 모를 일.. 그렇게 선상에서 작업하고 찾아내는 스릴러는 몰입감있게 그려진다. 과연 그 아내는 무참히 죽었을까.. 이들 공모자들은 작업 후 제값 받고 뿜빠이 잘해서 끝냈을까.. 하지만 사람이 많으면 파리가 꼬이는 법. 범죄의 공범과 공모엔 항상 삐걱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속엔 배신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과연 누가 죽고 살았을지는.. 29일 개봉 때 확인하시길..

이건 여담이지만, '넝쿨당'은 안 봐도 '조윤희'건 딱 알겠는데.. 왜 다들 '민효린'으로 알고 있는 걸까.. ㅎ



좀더 캐릭터 얘기를 해보면.. 여기선 임창정 이외에 눈에 띄는 건 '오달수' 캐릭터는 물론 최다니엘과 조달환이다. 물론 그 바보 같은 넘도 하나 있었고, 뚱띵하니 조폭스런 연기의 달인 신승환도 있었다. 먼저 오달수는 위에서 언급했으니 스킵하고, 먼저 최다니엘.. 드라마 <유령>에서 페이스오프한 박기영이 영화 속에서 다시 나왔다. 개인적으론 그 시트콤 보다는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을 통해서 제대로 각인됐는데.. 여기서도 그런 이미지로 나온다. 러블리한 신랑으로 하지만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 벼랑 끝까지 몰리며 사투를 벌이는 인물로 나름 호연을 펼쳤다.

그리고 '조달환'이라는 이름은 이번에 영화 포스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충무로판에서 조연급 밑에 쩌리식의 조연으로 다소 코믹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이 배우가 여기선 주조연급으로 상승, 임창정의 오른팔로 나와 주목을 끌었다. 그간에 모냥 빠지게 가벼운 조폭스런 이미지였는데 여기선 무게를 잡는 게 웬지 아이러니하면서도 집중케 만들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사우나 문신 나체씬에서 공사를 제대로 안해서 조윤희가 민망했다는 후담처럼, 그는 이 영화를 위해서 과감히 벗어 던지고, 나중엔 하드코어급의 액션까지 선보였다. 눈알이 빠지도록.. ㅎ



공모자들, 코믹 벗은 '임창정'의 센 연기와 우리사회 잔혹한 고발 현장을 담다.

이렇듯 이 영화는 다소 센 타입에 속한다. 인신매매, 불법 장기밀매와 장기적출 등 어두운 사회 이면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사회극으로써 내달린다. 여객선에서 말도 안되게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해 조직적으로 매매하는 기업형 범죄 집단의 실제를 다룸으로써 깔끄장한 범죄극의 코드가 관통해 있고, 납치된 사람을 찾고 그런 장기밀매 조직에 숨겨진 배신과 음모를 드러내는 스릴러적 양상을 띄운다. 하지만 온리 그런 타입만은 아니다. 중반 이후엔 오히려 하드코어적인 액션까지 선보이며 사람 몸에 피칠갑을 하는 건 예사다. 그렇다고 목불인견 정도는 아니지만, 여자 사람들한테 매 순간 불편함을 안기는 그런 장면이 솔찮이 있다는 점에서 소위 '나쁜 영화'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쁜 남자 역할을 해낸 '임창정'이야말로 본 영화의 수훈갑이다. 오롯이 나쁘다기 보다는 속내엔 그나마 따뜻한(?) 심정을 간직하는 순정파 스타일로 여객선 터미널에서 일하는 조윤희를 짝사랑한 게 죄라면 죄..

어쨌든 임창정의 웃음기 없는 얼굴을 스크린에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무표정하게 나왔다. 영화 속 내내 고뇌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있으나, 장기밀매 총책임을 맡은 어두운 역할은 제대로 빛을 발하며 색다른 변신을 잘 소화해냈다. 주먹질의 액션씬도 볼만했고, 종국엔 최다니엘과의 맞수로써 이질감도 괜찮았다. 다만 영화 전체적으로 흐르는 액션과 스릴러 코드의 맥락은 상충돼 조율엔 실패.. 막판의 설명하듯 마무리는 과한 느낌이 들긴 했어도, 간만에 19금을 제대로 표방하며 좀 세게 혹은 약하지는 않았어도, 이 정도면 충분히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의 충격파를 던질 메시지적 사회극으로서 볼만하다 하겠다.

결국 낯설지 않게도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 돈이라면 사람의 장기도 사고 파는 이 추악하고 무서운 세상에 이런 '공모자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가 아직도 병들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며 경종을 울렸다. 단순히 영화라곤 치부하기엔 우린 지금도 음습한 공중화장실에서 아직도 그런 장기밀매 광고를 버젓이 보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연락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ㅎ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5855&mid=18284#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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