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겨 장장하게 늘어지면서도 인기를 끌었던 <빛과 그림자>의 후속극 <골든타임>이 어제(9일) 첫 스타트를 끊었다. 개인적으로 닥본해 본 입장에서 초반은 좀 어수선했지만 중반 이후 몰입도가 꽤 좋은 편. 마지막 씬에서 이선균이 패닉멘붕에 빠져 의사로써 각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제목만 봐서는 얼핏 느낌이 오면서도 무언가 핫하고 중요한 시간대를 가리킨다고 봤을 때, 이것의 장르가 '의학드라마'란 점에서 명확해진다. '골든타임'은 그들에겐 아주 중요한 시간대, 즉 생과사가 오가는 환자들의 목숨을 다루는 그 생생한 현장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보통 중증외상 환자의 생존이 결정되는 응급 외상 환자 1시간, 뇌졸중 발병 3시간 등, 사고 발생 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 시간을 뜻하는 일종의 의학적 명칭이라는 것. 일반인들한테는 그냥 '황금시간대'로 불리겠지만서도..
공홈 : http://www.imbc.com/broad/tv/drama/goldentime/index.html
아무튼 '골든타임'은 사람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그 현장을 다루며, 자주 다루지 못하고 지나치듯 언급한 수준의 '응급실'을 주무대로 하고 있다. 지방의 세중병원 응급실을 배경으로 중증 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상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 그러면서 1회부터 예고한 대로 응급실의 긴박한 상황을 실감나게 잘 그려냈다. 그래서 보통 흰 가운을 입고 무리를 지어 다니며 가오나 잡고, 세력 다툼을 하고, 환자를 가지고 거래를 하는 등의 명품스런(?) 메디컬 드라마와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물론 이 속에서도 세력이 있다. 하지만 <브레인>의 신하균처럼 그런 세력감으로 표출되진 않는다. 좀더 지켜보면 또 모르겠지만서도..
우선, 여기 주인공 이민우 역 이선균은 한마디로 무늬만 의사다.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를 따지 않고 빈둥거린 의사질.. 그래서 캐릭터적 요소가 끌린다. 공전에 히트를 친 '하얀거탑'의 김민명이나 '브레인'의 신하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위의 캐릭터 설명을 보듯이, 그는 명의도 빌려주고 때론 알바의사로 편하게 탱자탱자하며 지낸 백수같은 의사였다. 의학용 미드 자막이나 제작해 카페에 올리며 히히덕 거리는 등, 그에게 의사로써 모습은 없다. 우연찮게 10중 추돌사고로 난장판이 된 교통현장에서도 자기 갈 길만 갈려고 했던 그였다. 병원에 와서도 다친 아이만 안고, 위급한 응급실 현장의 모습을 도리어 불편해했다. 이게 어디 의사겠는가.. 그래도 교과서적으로 의학공부는 열심히 했는지, 또 이론은 빠삭하다는 거. ㅎ
아무튼 그렇게 무늬만 의사로 응급실 알바를 뛰다가 제대로 걸려들었다. 숨이 넘어간 어느 여자아이를 심폐소생술만 하다가 구하지 못하고, 그는 패닉상태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극도의 긴장감과 부담감이 싫어 태평한 의사생활을 지향했던 민우에게 있어 이건 일종의 터닝포인트였다. 이러고도 내가 의사인가.. 하염없이 자책하며 슬픔을 토해냈다. 택시 기사의 물음에 "저, 의사입니다." 1회 마지막 이런 씬은 이선균 특유의 셈세한 연기로 빛을 발했다. 1회 초장부터 각성모드로 돌변했으니.. 그의 험난하고도 제대로 된 인턴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론과 실제가 얼마나 다른지, 그 응급실 현장에서 생고생을 해봐야 정신이 번쩍들끼다. ㅎ
그리고 이번 '골든타임'의 히로인으로 낙점된 '황정음' 처자... 뭐.. 개인적으로 크게 언급하고 싶지 않다. 연기력 그딴 걸 떠나서.. 정음 처자는 웬지 그런 색깔을 지녔다. 상큼발랄 그 자체, 크게 변화가 없다. 뭐, 그런 연기는 좋은 편이다. 여기서도 그렇다. 엄청난 재단병원의 상속녀지만 신분을 속이고, 취미삼아? 의사가 될려고 하는지 몰라도, 강재인으로 분한 황정음의 포지셔닝은 진화하고 고뇌하는 의사 캐릭터치곤 다소 임팩트가 약해 보인다. 이선균이 벌써 임팩트한 패닉을 보이며, 진정한 의사의 기로에서 자괴감에 빠진 것과 대조적으로 그녀가 인턴으로 그 험난한 여정을 어떻게 선보이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 (정말 연예블로거들의 좋은 먹이감?이 될지도..) 예고편을 통해서 "저 또라이 아닌데요?" 하는 거 보면.. 그의 캐릭터 설명은 다 된거다. 안 그런가.. 뭐, 기대를 접고 보면 나름 괜찮을지도 모를 일.. ㅎ
그리고 '골든타임'을 이끌어가는 실력사 외과전문의 '최인혁'으로 분전한 이성민.. 영화판에서 맛깔나게 다소 모양새가 빠지는 조연으로 알려진 중견배우,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에서 나름 인지도를 높이더니 중요 배역을 했던 그였다. 전작 <더킹 투 하츠>에선 이승기의 형 국왕으로 나오지 않았던가.. 아무튼 여기선 물불을 안 가리는 다혈질이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알아주는 외상외과의 달인 의사로 나온다. 초반부터 임팩트했다. 대충 얼버무리며 응급환자를 대할 줄 알았는데.. 10중 추돌사고로 응급환자가 몰려든 그곳을 진두지휘하며 정리하고 급한 환자를 수술대에 올려서 집도하는 장면은 꽤 신선했다. 배를 가르고 세세하게 집도하면서 피가 마구 솟구치는 연출까지 나름 리얼리티를 살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병원조직에 몸담고 있어 그런 시스템과도 싸워야 하는 처지다. 그런 입장을 잘 알고 도와주는 간호사 송선미가 있지만.. 어쨌든 이성민은 '골타'에서 조연급은 아니다. 그가 살려야 할 환자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또 무늬만 의사인 이선균도 가르쳐야 하고 나름 바쁘게 생겼다.
진화하는 발전형 의사의 리얼타임을 다룬 '골든타임', 신개념 '의드' 탄생인가?
이렇게 본 드라마는 메디컬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것도 응급실의 급박한 상황을 주로 묘사하며 1회부터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현장을 담아냈다. 가 아니라.. 주인공은 그냥 쩌리로 지켜만 보다가 무늬만 의사짓에 그만 어린 목숨까지 버리게 만들었다. 그것이 '골든타임'이 보여주는 지점이다. 기존에 대단한 실력과 세를 과시하며 이미 정상에 올라선 의사의 모습이 아닌, 이른바 발전형으로 진화하는 의사로써 모습을 그리기 위해서 그 출발선에 이선균 캐릭터를 놓았다. 물론 옆에 황정음까지도.. (둘이 또 나중엔 사랑하겠지 암..) 그렇게 생사의 갈림길에서 이제부터 그들의 인턴 생고생담은 펼쳐질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으로 응급의료기관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골든타임'은 이른바 준비된 환자, 준비된 수술실, 준비된 의사가 아닌, 급작스럽게 병원에 들이닥친 환자, 부족한 수술실, 진료를 꺼려하는 의사, 여기에 병원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생명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까지 그려내면서 한국식(?) 병원 시스템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내는 사회물로도 다가온다. 그것이 신선한 자극제가 되는 구도를 안고 있기에, 그래서 기존에 봐왔던 명품스런(?) '의드'와는 다른 모습을 본다. 물론 회를 거듭해야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으나, 이른바 임팩트한 스타급 배우는 없어도, 이들이 응급실에서 벌이는 생과사가 결정되는 그 1시간 '골든타임'이야말로 리얼리티다. 그것이 기존의 파격을 깬 진화하는 의사들의 이야기이자 신개념의 '의드'가 아닌가 싶다. 결국엔 무늬만 의사인 이선균이 어떻게 진정한 현장 의사가 되는지 그게 주요한 관전 포인트인 것. 의대생들에게 '골타'는 닥본일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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