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 영화 장르에 있어서 단골 메뉴인 외계인과의 조우 혹은 외계 생명체와 사투는 흔한 그림이 된지 오래다. 그 차용된 소재와 스토리만 해도 차고 넘칠 정도로, 무한반복되는 그런 얘기는 아직도 진행중인 SF 상상력의 그 어떤 발현체다. 그래서 낯설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보면 볼수록 웬지 친근감이 드는 게 그 지점에서 색다른 면을 발견하려 든다. 그것이 SF 장르가 주는 영화적 재미다. 여기에 프리퀄((Prequel,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로써 다가온다면 그 느낌은 유니크한 면모를 띈다. 도대체 왜 앞선 이야기를 선보이는 것일까.. 여러 호기심이 드는 과정에서 그것이 프리퀄이 주는 근원적 묘미일 것이다. 지금 한창 인기리에 개봉중인 영화 <프로메테우스>도 그렇고, 그보다 스케일은 작아도 알게 모르게 나온 영화가 있으니 그게 바로 <더 씽>이다. The Thing.. 원제처럼 그 '무언가'가 나타나 인간들을 위협하고 목숨을 노린다. 당연 느낌상 외계 생명체임을 알 수 있고 '가장 센 놈이 깨어난다'며 눈길을 끄는 가운데, SF 서바이벌 스릴러를 표방한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혹시 에이리언 아니면 프로테터.. ㅎ

차가운 빙하 속에서 거대한 놈이 깨어났다! 우리 중 누군가는 사람이 아니다!
인간으로 변하는 외계 생명체.. 거대한 놈과의 사투가 시작된다!
컬럼비아 대학의 고생물학자 ‘케이트’ 박사(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는 빙하 시대 이전부터 존재해온 것으로 파악되는 구조물과 그 안에 있는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 노르웨이 탐사팀의 요청을 받고 남극 대륙에 도착한다. 탐사팀은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지만, 그날 밤 얼음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이 깨어나면서 기지는 끔찍한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빙하 속에서 깨어난 괴생물체는 세포를 모방해 인간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변신하는 능력을 지닌 외계 생명체.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놈의 정체를 알게 된 탐사팀 대원들은 고립된 기지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놈을 완전히 죽이지 않으면 수백만 명의 사람이 희생될 수 있는데….
위의 시놉을 보더라도, 이야기는 전형적인 SF 스릴러의 표본을 따르고 있다. 한마디로 괴생명체를 발견한 탐사대원들의 사투를 그리고 있는 영화라는 점. 그 흔한 사투 속 배경은 온통 설원으로 뒤덮힌 남극 대륙이다. 그래서 하얗고 웬지 시원스러워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82년에 어느 탐사대원들이 조사차 나갔다가 얼음이 갈라지는 사고로 설상차가 묻힌다. 그곳에서 파란 불빛을 내뿜으며 '더 씽'의 포문은 그렇게 열렸다. 현재로 돌아선 그들이 그곳을 다시 찾았다. 설원 속 지하에 넓게 포진해 있는 괴이한 우주선 모양의 기지와 얼음 속에 박힌 거미같이 생겨먹은 괴생명체까지.. 미모의 여자사람 고생물학자 '케이트'가 주축이 돼서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그 괴생명체가 얼음을 뚫고 튀어나왔다. 조를 짜서 그 놈을 잡으려다가 대원 하나가 죽고 화염으로 불에 탄 괴생명체를 조사하는 케이트와 일행들..
그런데 그 괴이한 생명체는 묘한(?) 게 있었다. 바로 죽지않는 세포변이를 일으켜 모방과 복제를 한다는 거. 즉 인간 몸에 숙주를 키우는 것인지 인간의 탈을 쓰고선 그 안에서 괴생명체를 키우며 나선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이 영화의 주요 스릴러적 코드다. 즉, 외계 생명체에게 물리는 등의 감염으로 인한 바이러스는 치명적으로 인간을 외계 생명체로 순식간에 바꾸어 놓는 것이다. 그러니 남극 대륙의 기지에 갇힌 이 사람들의 사투는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서로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포에 쌓이고 의심하기에 이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인감 몸에 들어가 있는 쇠덩어리 등은 인식을(?) 못하고 내뱉어낸다는 점. 그래서 케이트는 치아검사를 통해서 보철물의 유무로 외계인인지 인간인지 확인까지 하는데.. 하지만 그건 한 방편일 뿐 적을 제대로 분간하긴 힘들었다. 시시각각 인간의 탈을 쓴 외계 생명체는 괴이한 괴수로 돌변해 탐사대원들을 하나 씩 죽이며 숙주 변이를 계속한다.
과연 여주인공 케이트는 이런 사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것이 마지막까지 긴장감있게 눈길을 끌게 만든다. 한 남자와 개.. 그 개도 변이 됐을지도.. ㅎ
이렇게 이 영화는 괴이한 외계 생명체와의 사투를 그린 전형적인 SF 액션 스릴러다. 하지만 액션으로 점철된 영화는 아니다. 꽤나 정적이고 스케일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럼에도 몰입감 제공은 물론, 온통 설원으로 뒤덮힌 남극의 어느 기지에서 벌어지는 서바이벌 코드가 들어가 있다. 즉 생존 게임이다. 그 유명한 '에이리언' 시리즈처럼 지구 밖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그런 게임처럼, 여긴 남극 기지의 안과 밖이 무대다. 그러면서 좀비처럼 외계 생명체의 세포변이를 당한 인간이 괴수로 변하며 같은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써 다가온다. 어찌보면 좀비물의 색다른 변형이라 할 수도 있는데.. 인간으로 살아있다는 자체가 바로 목숨을 노리는 대상으로 서바이벌을 벌이는 것이다. 제목처럼 무언가 알 수 없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센 놈 '더 씽'..
1982 '더 씽' vs 2012 '더 씽', 프리퀄과 리메이크를 오간 괴생명체와 SF 사투..
결국은 에이리언 몬스터 무비로 천착됨을 보여준 이 영화는 사실 훨씬 전에 원작 '더 씽'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이미 관련된 소스가 나왔다시피, 완전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SF 공포 스릴러의 거장 '존 카펜터' 감독의 '더 씽'은 우리식으로 번안된 <괴물>로 이 영화의 원판이다. 영화적 기술이 휘황찬란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 '더 씽'은 아날로그적으로 SF 공포 스릴러물의 신기원을 만들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라는 평가다. 개인적으로 그 작품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평가들은 후한 편. 그점에서 이번 21세기판 '더 씽'은 과거의 이야기에서 앞선 '프리퀄'로써 그리며, 연결성을 곳곳에 담아냈다. 특히 마지막 씬에서 개를 쫓는 그림이 30년 전 '더 씽'과 연결된다고 하니.. 나름 의미가 있는 포석이다. 물론 이런 포석들은 중간중간에 노출이 돼기도 했는데.. 이건 과거 작품에 대한 오마주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의 '더 씽'에 대해서 혹자는 프리퀄이면서도 리메이크된 영화적 관점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현대판이 좀더 기술적으로 포팅돼 외계 생명체의 비주얼을 강조했지만, 웬지 그 느낌은 흔하면서도 색다르게 보이질 않는다. 제대로 공포스럽기 보다는 또 하나의 변종된 에이리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다만 사람들끼리 서로가 괴생명체가 아닐까 의심하며 파고드는 지점에서 조여드는 긴장감이 이 영화의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 점에서 여주인공 고생물학자 케이트 역할을 한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배우의 호연이 돋보였다. 조금은 낯선 배우긴 해도, 필모그래피를 보니 <다이하드 4.0>에서 브루스 윌리스 딸내미 역으로 나왔고, <파이널 데스티네이션3>와 <데쓰 프루프>에도 나왔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대신에 8월 개봉 예정작, 개인적으로 기대중인 영화 <링컨 : 뱀파이어 헌터>에서 '메리 토르 링컨' 역을 맡았다니 꽤 기대가 된다. 원작소설을 읽어봐서 더욱 그렇다.
'더 씽'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4767&mid=17909
82년작 정보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304
아무튼 '더 씽'은 흔한 외계 생명체와의 사투를 그린 영화라는 점에서 색다른 건 없어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배경이 남극 대륙이고, 외계인과 벌이는 그런 스펙타클한 액션이 아닌, 세포의 변이와 복제로 벌어지는 괴생명체와의 서바이벌 코드라는 점에서 이채감이 있다. 여기에 30년 전 작품에 대한 오마주적 견지하에 프리퀄로써 혹은 리메이크로써 다가오며 묘한 재미를 선사했다. 서로를 의심하는 긴장감을 나름 유지하며 색감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딘 느낌은 들지만, 다소 고전틱한 SF 향수를 풍기면서 다가온 SF 서바이벌 스릴러 '더 씽'.. 자연스럽게 그 대단했다던 30년 전 동명의 원작영화가 보고 싶어지는 이유다. 당시에 그런 SF 이야기를 그린 배짱과 코드가 어떻게 발현이 되고 연결되는지 그 요소가 궁금하게 재밌어진다. 그게 바로 원작이 갖는 맛일 터..
위 정보를 보니 그때는 '커트 러셀'이 주인공이었다니.. 혹시 82년작 '더 씽'을 보신 분은 있으신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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