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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 한 남자의 무미건조한 여정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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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그만의 독특한 색깔을 견지하는 스타일리쉬한 감독 '홍상수'.. 하지만 그의 스타일은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평범한 속에서 무언가 비범을 찾으려는 듯 영화 자체는 꽤 솔리드하다. 그것이 때론 스타일리쉬해 보인다면, 오버일까.. 그렇다. 이번에 아니, 저번에 알게 모르게 개봉했던 영화 '북촌방향'도 그런 케이스다. 장편으로 12번째요, 흑백으론 2번째라는 이 영화, 과거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나 '강원도의 힘', '생활의 발견'을 차지하더라도.. 최신작으로 꼽으라면 09년작 '하하하', 10년작 '옥희의 영화', 그리고 이번에 '북촌방향'.. 다 궤를 같이 하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느낌이나 전개되는 방식도 흡사해 보인다.

그러면서 이젠 홍상수의 페르소나라고 불릴만한 유준상이 '하하하' 이후 또 출연하며 정처없이 배회하는 길손 역을 맡았다. 극중에서 영화감독으로 나오지만, 그는 그냥 한량처럼 선배를 만나러 가는 여정에서 술집을 오가며 여자를 사귀고 인생의 철학 같은 메시지를 날리는 등 꽤 무미건조하게 흘러간다. 아래 시놉시스를 보듯이 내용이 그러한 영화다.

"한때 영화감독이던 성준은 서울에 올라와 북촌에 사는 선배 영호를 만나려 한다. 그러나 첫날은 영호와 만나지 못하고 다른 이들과 우연한 만남을 갖는다. 다음 날 혹은 다른 어떤 날, 영호를 만난 성준은 영호의 후배 여교수와 ‘소설’이란 술집에 간다. 술집의 여주인은 묘하게도 성준의 옛 여자와 무척 닮았다. 다음 날 혹은 또 다른 어떤 날, 영호와 만난 성준은 전직 배우와 술을 마시고, 여기에 여교수가 합류해 네 사람은 다시 ‘소설’을 찾아간다. 성준은 술김에 여주인과 키스를 나누게 된다."




어찌보면 아무것도 없는 영화.. 그냥 한 남자가 선배를 만나면서 벌인 일상적인 서울 상경기에 불과한 영화.. 하지만 그렇게만 바라보면 당신은 영화의 문외한?! 홍상수 감독의 그 깊고도 깊은 뜻을 모르는 자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네이버 영화채널의 평가를 보면 전문가들의 평점은 극찬에 가까울 정도로 평이 가히 좋다. 소위 있어 보이는 영화적 용어까지 써가며 역시 '홍상수'라 말하고들 있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point.nhn?code=83528

홍상수 스타일이 묻어나는 '북촌방향', 그는 북촌길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하지만 영화적 고찰력이 딸리는 강호가 보기엔 그렇게 철학적이거나 멜랑꼴리?한 느낌의 영화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여기서 나오는 유준상의 연기가 연기가 아닌 그냥 실제의 모습처럼 그려진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과거 김상경이나 이선균도 그랬고, 보통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 스타일이라고도 하는데.. 물 흐르듯 내뱉는 대사는 그냥 우리 일상의 말이자, 자신에 대한 항변으로 치환된다. 자신이 어떤 처지고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해서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그저 한풀이 비슷하게 풀어내듯 술 한잔 기울이며 연실 쏟아내는 변주의 연속이다.

바로 이 영화도 그것의 반복이다. 장소는 국한돼 있고, 두어 개의 선술집을 오가며 풀어대는 이들의 담소.. 그곳에 인생까지 아니어도 자연스러움에 배어있는 삶의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비록 데자뷰로 보이듯 우연과 필연의 연속으로 내달리며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이 들지만, 결국엔 다시 원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영화는 매 홍상수스럽다는 게 느껴진다. 유준상, 김상중, 송선미, 나중엔 고현정까지 유명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그려내며 확 눈길을 끄는 것도 그만의 특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이전에 그만의 스타일이라면 '북촌방향'도 결국엔 그런 이야기일 터..

한 남자의 아니, 한 수컷의 무미건조한 여정에 드러난 일상.. 술마시며 설풀고 여자 꼬시기 신공..

그 북촌길에는 무슨 일과 무엇이 담겨져 있었던 것일까.. 뭐, 별거 없는 것 같으면서 무언가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튼 관심 있는 분들은 '북촌방향'을 보시면 안다. 물론 이미 나온 작품들도 그러하지만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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